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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단독]"티메프 거래액 키워라" 큐텐이 대금횡령 시사한 녹음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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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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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모기업인 큐텐이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티몬·위메프 거래액을 최대한 끌어 올려라”라고 두 회사 경영진에게 지시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확보한 현금을 큐텐이 위시 인수에 끌어다 쓰기 위해 거래액을 계획적으로 키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에게 지급돼야 할 자금이 할인 프로모션에 쓰였고, 일부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큐텐 본사로 흘러갔다. 또 무리해서 부풀린 티몬·위메프의 거래액은 모회사 큐텐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위시와 지분교환 조건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재무적으로 적자여도 거래액이 크면 기업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큐텐은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플러스 인수를 2월에 발표했는데, 두세 달 전인 지난해 말부터 티몬과 위메프 경영진에게 거래액 규모를 키우라고 주문했다. 큐텐 측 핵심 관계자는 “위시 인수를 위해서 각 사에서 거래액을 최대한 올려서 지원해야 한다는 회의가 몇 차례 열렸다. 계열사 대표, 본부장, 실장 등이 참석했고 대화록은 물론 녹음본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두 회사 사옥과 경영진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이 해당 녹취록을 확보하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해당 발언은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로 현금을 확보해 위시 인수 자금으로 빼돌려 썼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정산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데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리해서 할인 프로모션을 남발하며 판매자와 계약을 유지했다는 사기 의혹과도 통한다. 검찰은 이날 구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400억 원대 횡령ㆍ배임, 1조원대 사기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큐텐의 위시 인수를 전후해 계열사의 거래 규모는 실제로 증가했다. 시장분석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티몬의 월간 추정 결제액은 1~3월에는 월평균 6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에는 각종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6583억원으로 올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큐텐의 위시 인수는 4월 19일에 최종 마무리됐다. 인수 금액은 1억7300만 달러(2300억원)이지만, 큐텐은 1900억원을 위시와 큐텐의 지분교환 형태로, 나머지 40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할인 상품권을 판매하기 시작한 6월 티몬의 거래액 추정치는 8000억원을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4월 인수대금을 위해 거래액을 올렸고, 정산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할인권 판매로 다시 거래액을 더 끌어올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큐텐은 위시 인수를 위해 지난 1월과 4월 티몬에서 총 250억원을 빌렸다. 그중 4월 200억원이 큐텐으로 흘러간 당시 류 대표는 이미 돈이 나간지 나흘 후에야 서명했다. 류 대표는 국회 정무위에서 “재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티몬은 마케팅과 상품기획(MD)만 있는 조직”이라고 발언했다. 큐텐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티몬에서 돈이 필요하면 위메프에 들어온 돈을 가져다쓰고,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면서 “계열사 대표들도 돈이 오가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액수나 시기는 정확히 몰랐고 대부분 돈이 흘러간 이후에 사후 결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큐텐이 위시 인수와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국내 계열사 거래액을 늘렸고, 이중 일부는 싱가포르 본사로 흘러갔을 것으로 본다. 큐텐의 자회사이자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에 빌려준 돈만 1168억원이다.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는 각각 큐텐 본사에 280억, 131억원을 대여해줬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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