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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미세플라스틱을 막으려면 당장 세탁기에 필터부터 끼워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물네트워크와 대한환경공학회 주최로 열린 ‘생수와 미세플라스틱, 안전한 먹는 물을 위한 공동 노력’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장은 이같이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기 위해서 먹는 물에 필터를 끼우는 것보다 세탁기에 필터를 끼우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일상에서 발생해 하천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3분의 1 이상이 바로 ‘세탁폐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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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란 0.001~5㎜ 크기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다. 치약이나 세안제,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 속에 들어있던 플라스틱 알갱이나 세탁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합성섬유 조각을 하수처리장에서 거르지 못할 때에 하천으로 유입된다. 이 미세플라스틱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자외선과 파도, 해류 등에 풍화 및 마모되면서 머리카락보다 작게 부서진다.
세탁이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 원인인 건,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에서 뽑아낸 합성섬유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상현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계 미세플라스틱 중 나일론에 가까운 폴리아마이드(PA) 등이 굉장히 많다”며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 면 등 생활 하수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세탁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tatis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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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먹이사슬을 타고 인체로 이미 유입됐다. 2020년 식약처의 조사에 따르면 수산물을 통해 성인 1명 당 하루에 3.6개, 연간 13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를 따라 미세플라스틱도 물려주게 된다. 2021년 이탈리아에서는 출산한 6명의 피실험자 중 4명의 태반에서 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신생아의 태변과 유아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찾아냈다. 심지어 지난 2022년 네덜란드에서는 인체의 혈액에서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동물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은 산화스트레스, 염증 유발, 장 등 조직 손상, 생식 독성, 발달 지연, 대사 장애, 면역체계 변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오염물질의 칵테일’이기 때문에 성분에 따라 독성 영향이 다르다”며 “미세플라스틱이 모든 질병과 연관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정확히 밝히려면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다 미세플라스틱 [어스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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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 하천과 바다를 통해 생태계와 인체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세탁기 필터다.
해외에서도 세탁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세탁기 필터 부착을 의무화했다. 내년 1월부터 판매하는 새 세탁기는 미세플라스틱 필터가 달려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필터 의무 부착 등을 포함한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끝에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세탁기에 장착된 미세플라스틱 필터 [언스플래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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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서는 정수기 물을 마시듯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다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장은 “발생원을 줄이지 않으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당장 먹는 물이 아니라 세탁기에 필터를 끼우는 시민 행동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세탁기에도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달 수 있다. 배수구에 필터를 부착하면 미세플라스틱 하수 유입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빨래하는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빨래감에 마찰이 덜 가해질수록 옷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덜 떨어지는 원리다. 뜨거운 물보다는 찬 물로, 통돌이보다는 드럼세탁기를 쓸 때 미세플라스틱이 적게 발생한다. 또 적은 양의 빨래를 자주 하는 것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빨래를 몰아서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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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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