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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중학생 노예 팝니다" 흑인 친구 경매에 부친 남아공 학생들 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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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인권위 "민주주의 30년인데 이런 일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학교에서 중학생들이 흑인 친구들을 노예로 파는 경매 영상을 올렸다가 퇴학 처분을 받게 됐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파인랜즈 하이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등장하는 이른바 노예 경매 영상이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했다.

아시아경제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모의 노예 경매 영상. [이미지출처=틱톡 캡처]


문제가 된 영상에는 몇몇 학생들이 철창 안에 갇힌 흑인 학생들을 경매에 올리는 모습이 담겼다. 학생들은 최대 10만랜드(약 800만원)에 달하는 입찰가를 부르거나, "팔렸다"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의 나이는 14세로 추정된다. 해당 학교에는 8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해당 사건을 처음 알린 것은 학부모 멀 포트기터다. 그녀는 14세인 아들이 보여준 해당 영상을 학교 경영진과 지역 언론에 전달했다. 그는 가해 추정 학생들이 유색 인종이라고 주장했는데, 유색 인종은 남아프리카어로 혼혈을 뜻하는 말이다.

브로나 해먼드 서부케이프 교육부 대변인은 "논란이 제기된 뒤 이틀 동안 24명의 학생을 인터뷰하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고 BBC에 말했다. 사건 주동자 4명은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았으며, 사건에 연루된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사면서 남아공인권위원회(SAHRC)가 자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SAHRC는 "이런 일이 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일어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BBC는 "케이프타운은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에서 가장 인종적으로 분리되고 불평등한 도시 중 하나"라며 "1950년대 백인 정권이 흑인과 혼혈 인종 사회를 도시 외곽으로 밀어내면서 인종적 위계가 고착됐고, 이로 인해 흑인이 가장 하위에 위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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