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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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하자마자 MBC, KBS 등 공영방송사 이사 교체 절차를 완료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속전속결로 방송 장악에 나선 것”이라면서 즉각적인 탄핵 소추를 발의를 예고했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로 방통위의 주요 ICT 현안들이 계속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이진숙 “공영방송, 공정한 보도 위한 이사회 구성해야”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비공개로 전체회의를 열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및 K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는 오는 12일, KBS 이사 11명의 임기는 오는 31일 각각 끝난다. 이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임기 만료 이사들을 신속히 교체한 것은 공영방송의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영방송은 공기(公器)로서 우리 삶에 필수요소인데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공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공석인 방통위 부위원장도 이 위원장과 함께 임명하면서 기능 정지 상태인 방통위의 ‘2인 의결 체제’를 복원한 상태다. 이 위원장과 김태규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방통위 새 상임위원이 됐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선서문을 제출할 때 인사를 하지 않고 가자 다시 불러 얘기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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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원래 5인 합의제 기구로 이 중 2명은 대통령이, 3명은 국회가 추천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야당 추천 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대통령 추천 위원 2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법은 전체회의 구성 요건을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시 위원장이 소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의 2인 의결 체제를 위법으로 간주하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2일 이나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두 전임 위원장들의 사퇴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직전에 자진 사퇴했으며, 후임인 김홍일 전 위원장 역시 6개월 만에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기 직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위원장 직무가 중단돼 방통위가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처럼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지 않고 직무 정지된 상태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플랫폼 업계와 단 한 차례 면담도 이뤄지지 않아
업계에선 방통위원장에 대한 반복적인 탄핵과 사퇴로 인해 공영방송 외에도 중요한 ICT 정책 현안들이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업계와 방통위원장과의 면담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방통위가 다뤄야 할 주요 정책 및 현안은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제재 ▲플랫폼 자율규제법안 ▲이동통신사의 판매 장려금 담합 ▲단통법 폐지 법안 ▲망 사용료 관련 문제 등 산적했다.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의 경우 구글과 애플 등에 총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9개월째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방통위는 최근 지상파 방송국 재허가 세부 계획도 의결했으나, 김홍일 전 위원장의 사퇴로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방송업계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 인상 문제와 통합미디어법 제정 추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망 사용료 문제와 같은 중요한 문제 해결이 늦어지면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관계 설정도 어려워진다”며 “네트워크 투자를 통한 서비스 개선도 지연되면 국민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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