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올해 상반기 조사와 같이 발표"
"학폭 분석도 안 했나" "정부 신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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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31일 예정됐던 ‘2023년 2차 학교폭력(학폭)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학폭 문제가 심각한데도 교육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주간보도계획을 통해 지난해 9~10월 실시한 2차 학폭 실태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기자단이 구체적 설명을 위한 브리핑을 요청하자 갑자기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2024년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9월에 함께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학폭 실태조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 2회 이상 시행하고, 공표하도록 돼 있다. 학폭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예방대책을 세우자는 취지다. 교육부는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상반기(통상 4~5월)에는 초4~고3 대상 1차 전수조사를 하고, 하반기(9~10월)에는 초4~고2의 4%를 선별해 2차 표본조사를 한다. 통상 1차 조사 결과는 같은 해 하반기, 2차 조사 결과는 이듬해 상반기에 발표해왔다. 하지만 2023년 1차 조사 결과는 지난해 12월에 늑장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 연기에 대해 “시도교육청 자료 취합 과정이 들쭉날쭉해 공표 시기가 늦어졌다”며 “9월 말 올해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지난해 조사 결과도 같이 발표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 정부가 학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폭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차 학폭 실태조사 결과에서 학폭을 당했거나 가해 경험이 있다는 초중고생 비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2일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1~6월)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4,688건으로 전년 동기(4,351건) 대비 7.7% 증가했다. 성폭력이나 사이버범죄 등 수위도 높아졌다.
한 학교폭력예방단체 관계자는 “딥페이크(인공지능을 이용한 이미지 합성) 범죄 등 학폭은 조사 직후 새로운 유형이 나올 만큼 심각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은커녕 지난해 하반기 조사 결과 분석도 아직 안 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발표 번복은 정부 신뢰를 실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순히 통계만 발표하기보다 심도 있는 대책을 함께 내놓기 위해 발표를 미룰 순 있다”면서도 “다만 내부 조율이 안 된 채 발표를 번복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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