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네타냐후에 보복 전권 줘
이스라엘 군인들이 헤즈볼라와 전투에 대비해 골란고원 점령지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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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이스라엘 골란고원 공격으로 양측이 곧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28일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면전을 포함한 보복 공격의 결정을 일임했다. 조만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확전을 우려한 미국과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의 보복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고, 레바논 정부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인접 국경 지역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태 관리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를 열었다. 오후 6시부터 4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내각은 헤즈볼라에 대한 복수(複數)의 보복 방안을 마련하고 총리에게 최종 결정권을 줬다.
이스라엘은 앞서 27일 헤즈볼라의 쏜 것으로 의심되는 로켓이 자국의 북부 지역 골란고원에 있는 축구장에서 폭발해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적인 보복을 천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골란고원 공격이 헤즈볼라 소행임을 입증하는 로켓 잔해 증거를 공개했고, 레바논 남부 7개 마을의 헤즈볼라 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이후 28일 안보 회의에서 전면전을 치를 것인지 여부를 토론했고, 헤즈볼라가 장악한 레바논 내 핵심 인프라 중 어떤 곳을 타격할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모든 회의 참석자들이 강력한 보복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전면전에 대한 우려보다 ‘헤즈볼라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극우 성향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등이 레바논 남부 침공을 통한 전면전을 강력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 장관은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이스라엘 채널12 뉴스는 전했다. 이 매체는 “전면전 옵션과 더불어 헤즈볼라에 더 큰 타격을 주면서도 (가자 지구 등) 다른 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논의됐다”며 “앞으로 수일 내에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또 현지 일간 하욤은 “며칠 내에 상당한 확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서방 외교관들이 전면전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날 헤즈볼라를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골란고원 공격은 헤즈볼라에 의한 것으로 모두로부터 규탄받아야 한다”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철통같다”고 밝혔다. 일본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그러나 “이번 충돌이 악화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집트, 유엔 등도 확전 방지를 위한 ‘당사자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의 침공 가능성에 직면한 레바논 정부는 다급하게 양보안을 내놨다. 압달라 부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북쪽 약 29km 지점의 리타니강(江) 너머로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 따라 리타니강 남쪽에 주둔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골적으로 이 결의안을 위반하고 강 남쪽에 병력과 군사 시설을 배치,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해 왔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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