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매년 경찰관 22명 죽음 내몰려 …상담시설도 인력도 태부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음동행센터 전국 18곳 운영…상담사는 36명 불과

더팩트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숨진 채 발견된 현직 경찰관은 총 113명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관악경찰서 민원봉사실 앞에 A 경위를 추모하는 근조화한이 놓여있는 모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최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에 내몰리는 경찰관이 늘어나면서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에 쫓겨 상담 받을 시간조차 없다고 한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숨진 채 발견된 현직 경찰관은 총 113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이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2명을 기록했다. 연평균 22.6명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6년 경찰을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지정했다. 경찰관들은 살인과 강도, 폭력, 성폭력 등 사건 현장을 지속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스트레스 또는 정신적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잦은 교대 근무와 밤샘 근무,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유조차 없는 상황 등도 스트레스 회복을 더디게 한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민원이 너무 많고 업무량이 너무 많다"며 "밤새워 민원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제정신을 챙기기 힘들다. 주변을 보면 말은 안 하지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 중간에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심화하는 것 같다"며 "말도 안 되는 일로 소송에 휘말리는 경찰관도 많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팩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29일 서울 중구 경찰청 앞에서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숨진 경찰관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세웠다. 당초 '트라우마센터'로 불렸으나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17년 마음동행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마음동행센터는 진료기록과 이용내역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 인사상 불이익이 없고, 횟수 제한 없이 전액 지원(비보험)하므로 개인의 비용부담도 없다. 경찰관들은 심리상담은 물론 필요시 병원과 연계해 심층검사·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가톨릭대학교 연구결과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한 경찰의 경우 정신건강 위험도가 42% 감소했다.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하는 경찰관들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20년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한 경찰관은 8961명에 불과했으나 2021년 9940명, 2022년 1만4218명, 2023년 1만8962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8266명의 경찰관이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했다.

상담 건수도 증가 추세다. 지난 2021년에는 2만188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만8199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1만8821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문제는 시설과 상담 인력 부족이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상담 인력도 턱없이 모자란다. 18곳에 근무 중인 상담사는 36명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음동행센터 1곳에 상담사가 1명밖에 없다.

경찰청은 향후 5년간 전국 18개 시도청에 마음동행센터 36곳을 설치하고 상담 인원을 1곳당 3명씩 배치할 예정이다. 다만 예산부족으로 계획을 미루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보다 센터를 두 배, 상담 인원은 세 배 늘리는 게 목표"라며 "각 시도청 별로 2곳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상담 인력도 1곳당 3명은 있어야 사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업무량이 많아 센터를 이용할 엄두를 못내는 것도 문제다. 안승생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인권국장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센터를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연차도 소진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휴가를 가려면 인원을 보충한 뒤에 가야 하는데 그러면 동료들이 대신 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음동행센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담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수적인 경찰 조직에서 정신적 문제로 상담을 받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마음동행센터를) 활용하지 못 하는 이들이 있다"며 "모든 경찰이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치료 개념이 아닌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