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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데스크 칼럼] 재계 반면교사 된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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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한국인 중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이 됐던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성인이 된 후 현재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 위원장은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카카오는 약 15년 만에 무(無)에서 재계 서열 1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산 총액은 35조1000억원으로 경쟁자인 네이버(22조8000억원)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카카오는 혁신의 상징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장래도 어둡게 보는 사람이 많다. 70조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지금 17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카카오는 선망의 대상이나 지금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상으로 더 어울려 보인다.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기술탈취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되고 ‘갑질 플랫폼’이란 얘기까지 듣게 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비전이 모호해진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했다. 카카오도 ‘기술과 사람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업’으로 자신들을 설명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른 경우가 많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기사들에게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택시 호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로 일반 승객은 택시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많았다. 사람들의 이동성을 제약한 이런 행태가 카카오가 말하는 ‘더 나은 세상’은 아닐 것이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사람을 중용하는 인사와 사내 규율이 무너진 것, 과도한 외부 자금 유치와 단기 성과에 집착한 점도 다른 기업이 경계해야 할 점이다.

카카오그룹의 소수 경영진은 스톡옵션 등으로 막대한 돈을 챙겼다. 대부분 김 위원장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던 최고경영자(CEO)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6개월 만에 그만뒀고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주주들은 경영진이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는 혁신 대신 외부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 에스엠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이유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거액의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도 증시 상장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금 정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면초가 상태다. 카카오가 직원 복지는 좋은 기업일 수 있으나 위대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영진조차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만연한 기업이 오랜 기간 성장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예비 창업가들은 카카오의 성장 과정보다는 어떻게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

전재호 산업부장(j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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