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정보·분석 없이 강행"…'아틀란티스' 작전 흐지부지
가자지구 지하 하마스 터널 |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가자지구 전쟁 초반 하마스의 땅굴을 바닷물로 채우겠다는 이스라엘군의 침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자국이 하마스에 기습당하며 전쟁이 발발한 지 약 두달이 지난 작년 12월 초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무력화하는 방안으로 '아틀란티스'로 명명된 침수 작전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시간당 수천㎡의 바닷물을 퍼올 수 있는 펌프로 땅굴에 물을 부어 지하에 숨은 하마스 지도부를 수장시킨다는 구상이었지만 7개월여가 흐른 현재 들리는 소식이 없다.
하레츠는 "가자지구의 가장 복잡한 전선에 적용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였던 아틀란티스는 반년이 지나 사라졌다"며 "이는 예견된 실패"라고 결론내렸다.
이 매체가 군 회의록과 기밀문서 등을 탐사 취재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개시했으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한 장교가 이 작전을 제안했다.
이는 이미 수년 전에 나온 아이디어를 다듬은 것으로, 이번 전쟁에서 발견된 터널들에 적용하기는 어려웠지만 야론 핀켈만 남부군사령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탄력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수자원청이 작전 타당성 평가를 회신하기도 전에 남부군 162사단과 해군 특수부대 '샤하예트 13'를 동원해 펌프로 터널에 물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다고 하레츠는 지적했다.
정보와 분석이 부족한 채 시작한 작전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땅굴 구조는 예상보다 더 복잡했고 물이 채워지기는커녕 곳곳에 생겨나는 싱크홀로 물이 전부 빠져나갔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펌프가 장기간 침수 작전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하마스가 터널 안을 경사지게 만들어 놓은 데다 물탱크와 방폭문을 설치해 필요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물이 흐르도록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어떻게 수년간 하마스가 빗속에서도 홍수 없이 터널을 관리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작전이 성공했더라도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아틀란티스가 적용됐던 터널에 인질들이 '인간 방패'로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자칫 인질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은 인질이 어디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 지휘관 중 하나는 "군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터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내부 하마스 대원들 상황이 어땠는지, 침수로 인질들이 다쳤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며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과 관련한 하레츠의 질의에 "군은 터널을 침수시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아틀란티스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가동 전에 시험을 거쳤으며 투입된 부대들은 특수 훈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질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공격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군은 땅굴을 처리하고 작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