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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北주민들, 대북 확성기 방송 내심 반겨"…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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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닷새 만에 도발을 재개한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남한군 초소에 대북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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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가운데, 북한 강원도 접경 지역 주민들은 내심 반가운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는 북한 강원도 소식통을 인용해 “김화군 전연(전방) 지대에 거주하는 군인 가족들과 사민들이 대놓고 말은 못해도 남조선(남한)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을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반색하는 이유는 현재로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화군 전방 지역에는 대부분 군인과 군인 가족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이곳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덜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북한 전역에서 불순녹화물 검열이 엄격하게 진행되면서 이곳 주민들도 외부 정보나 문물을 거의 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 재개되면서 북한 강원도 김화군에 주둔하는 전연 부대들에서는 당장 전쟁이 터질 듯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지만, 군인 가족들과 사민들은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으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확성기에서는 3대 세습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 체제 선전 등 국가에서 가장 민감해하는 내용들과 장윤정의 ‘올래’를 비롯한 다양한 남조선 노래들도 흘러나오고 있다”며 “전연 지대는 낮보다 저녁 시간에 방송이 더 잘 들리는데, 주민들은 몇 년 만에 가슴을 졸이지 않고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어 내심 반가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코로나 전에는 군인 가족들에 대한 배급도 적당히 이뤄졌기 때문에 방송이나 삐라(대북전단)에 동요하긴 해도 저쪽(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군인 가족들의 배급은 물론 전연 초소 군인들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실정이라 방송에 훨씬 크게 동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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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6월 24일 밤 살포한 5차 대남 오물풍선 350여 개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낙하된 오염물 원점을 보존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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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경 지역 주민에 대남 오물풍선 정당성 설파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내부 주민들에게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정당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데일리NK가 같은 날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일부 지역 내 공장·기업소별로 대남 오물풍선 살포 사실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강연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강연이 이뤄진 곳은 대부분 중국과 인접한 국경 지역으로 파악된다.

강연자료에는 “인간 쓰레기이며 미국의 충실한 개로 변해버린 괴뢰들에게는 똥 구데기가 어울린다. 서울 지역에 오물짝들을 많이 퍼보내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현재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서는 대남 오물풍선 살포 사실을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부 정보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접하는 국경 지역에서는 강연을 통해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고 내부 주민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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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우리측 초소에 설치된 대북확성기를 통해 대북방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날 오전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는 올해 들어 9번째다. 우리 군은 서부·중부·동부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확성기를 릴레이식으로 돌아가며 제한적으로 방송하며 대응해오다 이번에 전방 지역 모든 확성기를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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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9일 2시간 동안 확성기 방송을 송출한 바 있다.

이후에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계속되자 군 당국은 이달 18일 일부 확성기로 매일 10시간 방송을 내보내는 등 수위를 높였다. 21일부터는 전방 모든 지역에서 고정식 확성기를 동시에 가동해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16시간가량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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