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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검찰, ‘법카로 식사제공’ 김혜경에 벌금 300만원 구형...“반성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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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이 자리까지 서 있는 건 제 불찰”

조선일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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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에게 검찰이 25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 심리로 열린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배우자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인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사건”이라며 “금액과 관계 없이 죄질이 중하고, 피고인의 추가 기부행위는 4건으로, 계속적·반복적·조직적으로 이뤄져 추가 기부행위 범행도 양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본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비서)배모씨를 이용해 본건 범행을 저지르며, 공무원을 선거에 이용했다”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피고인의 범행은 명백하게 인정되는데 (검찰이) 증거 없이 기소한 듯 정치적 공격으로 쟁점을 흐리고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자신의 수하인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본건 범죄의 중대성, 추가 기부행위, 공무원 동원 등 조직적 범행 성격,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양형요소로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최후 변론에 나선 김씨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배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고, 객관적 증거도 없다”며 “검찰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증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간접 정황으로 피고인과 배씨가 공모했을거로 추측하고 있지만, 제보자의 진술을 신빙 할 수 없는 점, 대화 녹취나 텔레그램 등으로도 공모한 정황이 발견 되지 않는 점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떄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마땅히 증거가 없는 것으로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김씨는 피고인 석에서 일어나 양손을 모은 채 입을 열었다. 그는 “저로 인한 사건으로 지난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평범한 주부로 살았고, 남편이 비주류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울음을 참는 듯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는 “수없이 많은 압수수색도 당했고, 남편이 구속되는 일도 있어서 긴장하고 살았다. ‘꼬투리 잡히지 말자’는 말을 남편과 수없이 다짐하며 살았다”며 “2006년 처음 지방선거에 나갔을 때는 밥값 안 낸다고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그래서 차에서 김밥으로 때우던지, 식사 자리에서 인사만 하고 나갔다”고 했다. 김씨는 “식사 값에 대한 의논이나 협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검사님이 주장하시는데, 그건 너무나 큰 원칙이었기 때문에 따로 얘기하거나 지시하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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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오른쪽)와 부인 김혜경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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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배씨에 대해서도 “배 비서는 2010년부터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었고, 얌전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비서관이었다”면서 “도지사로 당선되고 나서는 공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어서 제 일까지 관장해줬고, 모든 걸 배 비서관을 통해서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알고 있는 배 비서인가. 혹시 다른 사람 아닌가 정말 많이 놀랐다. 비상식적이고, 선거도 해봤는데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답답해서 눈 마주치고 물어보고 싶었다”며 “어찌됐든 간에 제가 이 자리까지 서 있는 건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조금 더 제 주변을 관리하고 철두철미하게 통제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재판장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이 전 대표가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지난 2021년 8월 2일 서울 광화문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아내 등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 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가 당시 자신의 수행비서인 전 경기도 사무관 배모씨에게 경기도 법인 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게 한 것으로 보고, 지난 2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조명현씨(전 경기도 별정직 7급 공무원)가 제보한 조씨와 배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통화 녹취 등 증거를 바탕으로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초밥과 회덮밥 등 음식을 여러 차례 이 전 대표의 자택인 성남시 수내동 아파트로 배달해 김씨에게 제공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날 식사 역시 이런 과정에서 김씨의 지시로 배씨가 결제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2022년 9월 공범인 배씨를 먼저 기소했다. 배씨는 지난 2월 14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사건과 별개로 김씨와 배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다.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전 대표 부부 등이 법인 카드를 유용한 의혹이 짙다며 검찰에 수사 넘긴 사건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허훈)는 이 전 대표 부부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편, 선고는 다음달 13일 진행된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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