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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총선 책임론·배신자론 안 먹혀…‘윤심’보다 ‘미래권력’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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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분석 및 과제

경향신문

개표 결과 기다리며 ‘혁신 토크’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가 열린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한동훈,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앞줄 왼쪽부터) 후보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혁신 토크’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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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에 맞서 차기 선거 승리로 이끌 ‘새 인물’ 기대감
반윤 후보로 당선…당정 갈등 최소화하며 정책 차별화 과제

국민의힘의 23일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당심이 현재 권력이 아닌 미래 권력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당 변화와 쇄신을 이끌 인물로 한 대표를 택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에 대한 패배 책임론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세운 거대 야당에 맞설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더 컸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대표 당선은 무엇보다 친윤석열(친윤)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원희룡 후보를 꺾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원들이 여권의 현재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아닌 미래 권력 한 대표를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힘이 없고 대통령을 위해 나설 만한 사람도 없다”며 “과거에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성공했지만 지금은 친윤 그룹이 어디 있나. 아무도 없다”고 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쇄신 열망과 함께 총선 참패 이후 차기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 수 있을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깔렸다고 봤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집권여당이 거대 야당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당원들이 야당에 맞설 적임자를 한 대표라고 판단한 것이란 진단도 있다.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한 대표가 경쟁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이 되레 표를 결집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한동훈계 의원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부터 댓글팀 운영 의혹까지 나왔는데 오히려 대통령실이 개입하는 것으로 보여 반발심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한 신임 대표 앞길에는 장애물이 촘촘하게 놓여 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수사 및 특검법 대응이 ‘한동훈호’의 순항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한 대표 입장에서 윤 대통령, 친윤계와의 관계 설정은 까다로운 과제다.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은 차별화 필요성을 키우지만, 여당으로서 함께 궤를 맞춰야 하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반윤 후보로 당선된 한 대표가 당원들의 기대를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대통령과 협력을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단 윤 대통령이나 한 대표 모두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도 당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과 의견을 달리하는 정국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핵심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채 상병 특검법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이 자체 안을 내서라도 특검법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은 수사 결과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친윤계는 이 특검법을 윤 대통령 ‘탄핵’의 징검다리로 판단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정치력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도 당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선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고 검찰총장에게도 사후보고한 것을 두고 “검찰 수사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동훈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 대표는 자신의 건을 두고 당론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재표결 시 국민의힘의 단결 여부가 내부 결속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정책 사안의 당정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과제다. 한 대표는 연금개혁에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구조개혁 없는 모수개혁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정책 및 주요 법안에서 이견이 나올 경우 추경호 원내대표 등 친윤계 중심의 원내지도부와의 갈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보라·박순봉·유설희·민서영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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