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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원외' 수석 최고위원 탄생하나…심상치 않은 '정봉주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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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서 '전체 1위'
민주 지지층 사이 '부채감·동정심' 영향 분석
높은 전투력이나 유튜브 영향력 커진 점도


더팩트

'명심'을 등에 업은 4선 김민석 후보의 선전이 예상됐으나 유일한 원외 정봉주 후보가 약진하며 수석 최고위원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일 인천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는 정 후보.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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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당원대회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대표 경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율 90%를 넘기며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나서자 정치권의 이목은 이제 최고위원 선거로 넘어간 모습이다. '명심'을 등에 업은 4선 김민석 후보의 선전이 예상됐으나 유일한 원외 정봉주 후보가 약진하며 수석 최고위원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봉주 돌풍' 이면엔 중장년 민주당 지지층 사이 '동정론'과 유튜브의 영향력 확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당원대회 공식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최고위원 경선에는 김병주·강선우·정봉주·민형배·김민석·이언주·한준호·전현희 후보 등 8명이 뛰고 있다. 이들 중 5명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진입하고, 1등은 수석최고위원이 된다.

지난 20일 치러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정 후보는 제주(19.06%), 강원(21.98%)에서 1위를 기록했다. 21일 합동연설회가 실시된 강원(20.33%)과 대구(22.20%), 경북(21.32%)에서도 모두 선두를 달렸다. 이틀간의 표를 합산하면 정 후보는 누적득표율 21.67%였다. 이어 △김병주 후보(16.17%) △전현희 후보(13.76%) △김민석 후보(12.59%) △이언주 후보(12.29%) △한준호 후보(10.41%) △강선우 후보(6.99% ) △민형배 후보 (6.13%) 순이었다. 정 후보가 8명 중 유일하게 20%를 넘었다.

당원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는 김민석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당내에서도 우세했다. 지난 총선에서 상황실장으로 총선 실무를 총괄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호흡을 맞춰왔고, 연임 도전 출마 선언도 함께 준비할 정도로 서로의 신뢰가 깊은 사이다. 이 후보가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출마선언문을 준비하는 사진을 김 후보가 SNS에 올리면서 사실상 러닝메이트를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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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치러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정 후보는 제주(19.06%), 강원(21.98%)에서 1위를 기록했다. 21일 합동연설회가 실시된 강원(20.33%)과 대구(22.20%), 경북(21.32%)에서도 모두 선두를 달렸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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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의원이나 이 후보가 직접 영입한 이언주 의원, 최근 '한미일동맹'이라는 표현에 대해 국민의힘 사과를 이끌어낸 김병주 의원도 인지도를 바탕으로 상당한 득표율이 예상됐다. 그러나 원외 인사인 정 후보에게 당원들이 몰리면서 의외라는 반응이 당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 정봉주 약진 배경엔 '민주 지지층' 부채감?

사실상 '1강'(정봉주)·'4중'(김병주·전현희·김민석·이언주) 구도가 형성된 셈인데 이같은 배경에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깔린 정 후보에 대한 일종의 '서사' 그리고 전투력에 대한 높은 평가 때문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혹을 제기하다 감옥에 갔던 점, 사면복권 이후에도 번번이 논란에 직면해 정치적 재기에 실패했던 점 등을 바탕으로 한 동정심이나 부채감이 중장년층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강하게 퍼져있다는 분석이다.

'BBK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검증된 전투력도 지지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지점이다.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정부여당을 상대로 상당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어 일종의 대체제로 정 후보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권을 향한 강공을 예고하기도 했다.

'나꼼수'(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정 후보를 봐왔다는 60대 권리당원 A씨는 예비경선 때도 정 후보 선택했고, 본경선 때도 정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팩트>에 "정치적으로 잘 안 풀리는 건 (정 후보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다. 진중하지 못하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해서 최고위원이 됐으면 한다. 또 윤석열 정권에 대항해서 가장 잘 싸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야인으로 산 지 오래됐는데 최고위원 시켜주자"라는 글이 종종 게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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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혹을 제기하다 감옥에 갔던 점, 사면복권 이후에도 번번이 논란에 직면해 정치적 재기에 실패했던 점 등을 바탕으로 한 동정심이나 부채감이 중장년층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강하게 퍼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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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명들간 경쟁인데 후보들 사이에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지금 최고위원 중에서도 제일 맹활약 중인 사람이 정청래 의원 아닌가. 강성 지지자들도 투사형 인물을 원해 공격력을 높이 사는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와 가까운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원들은 가장 파이팅이 넘치는 후보를 정 후보로 보는 것이다. 재기하는 분들은 다 순조롭게 재기하는데 정 후보는 무언가 하려 할 때마다 벽에 부딪혔다는 일종의 부채의식도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유튜브 영향력 확대도 약진 배경 중 하나

이 관계자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도 정 후보의 약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정 후보는 유튜브를 잘 활용해 왔다. 유튜브 노출 빈도도 높아 당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정 후보가 잘 싸우는 사람, 전략적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동수 정치평론가도 정 후보의 약진에는 유튜브가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 평론가는 "정 후보의 선전은 의원들의 조직표나 레거시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보다는 유튜브 등의 온라인 미디어가 당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현재 민주당 지지층은 언론에 대한 불신도 많고, 신문이나 TV보다는 유튜브를 많이 접하고 있는데 정 후보는 그런 면에서 다른 후보보단 강점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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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 후보의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외이기에 의원총회에 참석이 어렵고 또 '탄핵' 같은 강성 발언을 계속하면서 차기 지도부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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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외라는 한계점…결과 장담 어렵다는 의견도

현역 의원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 후보의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외이기에 의원총회 참석이 어렵고 또 '탄핵' 같은 강성 발언을 계속하면서 차기 지도부에 부담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첫 최고위원 후보 손님으로 초대하거나 "김 후보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며 발언하면서 눈에 띄게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다 부산·울산·경남, 충청, 전북, 광주·전남, 대전·세종, 경기, 서울 등 지역 순회 일정이 많이 남아 있어 결과를 선뜻 예측하기란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권리당원 56%, 대의원 투표 14%, 일반 여론조사 30%가 최종 반영되는데 대의원이나 일반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의 높은 득표율을 장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후보와 가깝다는 당 관계자는 "수도권과 호남에 당원 수가 많아서 조정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정 후보가 교육연수원장을 지내 전국을 한 바퀴 돌며 지역별로 대의원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대의원 지지율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거티브한 내부총질 절대 하지 않겠다. 정봉주의 공격수 유전자는 오로지 윤석열을 향한다"며 "내부 총질로 자멸하는 국민의힘에서 교훈을 얻자. 부족한 저를 향한 당원 여러분들의 질책과 염려는 언제나 겸허히 받들겠다. 그러나 저에게는 우리 당의 소중한 후보들을 향해 네거티브할 의지도, 시간도 없다"라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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