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더 나빠”… 바이든 사퇴에 전략 복잡해진 트럼프·공화

[바이든 후보 전격 사퇴]
"최악" 바이든 맹폭 이어 해리스 공격
"해리스가 더 쉬운 상대" 표정 관리에도
새 경쟁자 등판에 선거 전략 수정 불가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동시에 새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바이든과 다를 바 없이 역대 최악"이라는 공격을 이어가며 견제 수위를 높였다.

해리스 향해 "부패 조력자" 견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 CNN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부패한 조 바이든은 대선 출마 자격이 없고,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한 적도 없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대체할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직후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엑스(X) 글에서 한술 더 떠 "바이든이 대통령에 출마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면 대통령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즉각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공격은 대체자로 급부상한 해리스 부통령으로도 옮겨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더 이기기 쉽다"며 "좌파(민주당)가 지금 누구를 내세우든 똑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CBS방송 통화에서는 "그(바이든)든, 그녀(해리스)든 정책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실정을 반복한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공화당도 일제히 거들었다. 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X에 "바이든은 내 생애 최악의 대통령이고 해리스는 그 모든 과정에 함께했다"며 "지난 4년간 해리스는 주택과 식료품 비용을 상승시킨 국경 개방 정책과 '녹색 사기' 정책에 함께 서명했다. 모든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성명에서 "해리스는 부패한 바이든의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며 "바이든보다 미국인에 훨씬 더 나쁜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3월 2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헬스케어 관련 연설을 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해리스, 흑인·여성 표심에 유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바이든·해리스 동시 때리기'에 나선 것은 향후 대선 판세가 지금과 같으리란 보장이 없어서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최근 67개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 45.4%를 기록해 47.4%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약 2%포인트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특히 "흑인·청년·여성 유권자에게 있어 바이든보다 해리스가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인다"며 "모두 바이든이 지지 기반을 잃어가고 있던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인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 여성 후보가 공화당의 호언장담처럼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임신중지(낙태), 가자지구 전쟁 등 대선 쟁점들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훨씬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60세인 해리스 부통령보다 약 스무 살이나 더 많은 78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와 반대로 '고령 리스크' 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 경쟁자 등판에 선거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WP는 "트럼프 측은 새로운 선거 지형에 직면했다"며 "공화당 내부에서는 경쟁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