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좌초된 시에라 마드레함에 필리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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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필리핀명 아융인)의 물자 보급 문제에 잠정 합의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2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양국이 “아융인 암초에 있는 시에라 마드레함에 필요한 일상 물자를 보급하고 병력을 교대하는 임무를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자정 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성명을 내어 “최근 런아이 암초 상황 관리 및 통제에 관해 필리핀과 지속해서 협의해 왔다”며 “인도적 지원물자 보충을 위한 임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1999년 2차대전 때 쓰인 상륙함 시에라 마드레함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고의 좌초시킨 뒤 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군대를 배치했고, 식량과 건축 자재 등을 공급해왔다. 중국은 필리핀군의 물자 보급이 자국에 대한 주권 침해라며 물대포 등을 동원해 방해했다. 지난달 17일 이 암초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해군이 충돌해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차관이 만나 해상 충돌을 막기 위한 직통 핫라인 개설에 합의했다. 또 필리핀은 최근 미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물자 보급 임무를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했다.
이번 합의로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필리핀 외교부는 “양쪽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남중국해 상황의 긴장을 낮추고 입장 차이를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면서도 “이번 합의가 남중국해에서 서로의 (영유권 관련) 입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양쪽은 해양 갈등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남중국해 정세 냉각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했지만, 런아이 암초에서 좌초된 선박을 치우고 물자보급을 위해 중국의 사전 검사를 거치며, 영구 기지 건설을 추진하지 말라는 세 가지 기존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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