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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국무조정실은 지난 17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자 이에 따른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민관협의체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며 “국제질병분류(ICD)-11 기준을 반영하는 국내 한국질병분류코드(KCD)-10 개정안은 2031년 공식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19일 'e스포츠 월드컵'(EWC)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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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가 뭐야
질병코드(disease code)는 각종 질병을 유형별로 분류한 뒤 여기에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기호를 붙인 것을 말한다. 국내 정식 명칭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의사가 발행하는 진단서·처방전 등 의무기록에 기재되고, 국민건강보험과 보험사 등의 보험금을 지급 근거가 된다.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권한은 통계법상 통계청에 있다.
이 질병코드에 게임이 들어가면서 시끄러워진 건 2018년이다. WTO가 2018년 6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인 ‘ICD-11’을 사전 공개하면서 게임이용장애(6C51)를 새롭게 포함한 것. 이듬해 5월 ICD에 정식 등재된 게임이용장애는 ‘▶게임 통제력 상실 ▶게임 우선 ▶부정적 결과에도 지속·확대 등 증상이 1년 이상 나타날 경우’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1년 이상의 게임 중독을 장애, 곧 질병으로 취급하겠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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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문제야
지난 2월 27이 오후 부산의 한 대학병원 내 병상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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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는 그간 관행적으로 국제기준인 ICD를 준용해 작성됐다. 게임이용장애가 ICD에 추가된 순간, 국내 도입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진 이유. 국내 게임 업계에선 즉각 우려가 터져나왔고, 그 우려는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그동안 ’겜돌이‘ 정도로 불렸던 게임 사용지들이 이제는 정신병자로 불리게 될 수도 있는 사건”이라며 “게임을 문화콘텐트가 아닌 도박이나 술, 마약 같은 질병물질로 치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ICD엔 게임이용장애와 도박장애(C650)가 똑같은 표현으로 기술돼있다. ICD 상 도박장애도 ‘▶도박 통제력 상실 ▶도박 우선순위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지속·확대 등 증상이 1년 이상 나타날 경우’로 정의돼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문제적 게임의 증상과 평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으며, 학자들 간의 합의된 개념이나 정의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이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라는 점도 질병코드 지정과 상충하는 문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83억 450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129억 6300만 달러)의 64.1%를 차지했다. K팝(8.1%), K드라마·예능(6.4%)과 비교하면 열 배 수준 성과.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국무조정실 주관 민관협의체가 2019년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게임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게임산업(20조원으로 가정)에서 총 8조원 이상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선 “게임을 질병의 원인 물질로 규정해 통제·관리하던지, 육성할 문화콘텐트 산업으로 확실하게 밀어주던지 둘 중 하나만 하기도 바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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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앞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8일 경기 성남시 네오위즈를 방문, 게임 방송 영상 스튜디오에서 'P의 거짓' 게임 속 아이템을 들고 크로마키 촬영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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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가까워지자 정치권은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통계청이 KCD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되,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반영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내용의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모두 포함된 국회의원 연구단체 ‘게임포럼’ 출범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 입장은 모호하다. 우선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문체부와, 중립적인 입장을 주장하면서도 도입 쪽으로 기울은 복지부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 국무조정실의 입장이 중요한데,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국무조정실이 문체부에 ‘중립을 지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와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를 주최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에서 국조실을 불러 회유나 압력을 행사한 바 있는지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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