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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수)

산책하다 아내 숨져…10대 ‘킥라니’ 멈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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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산책하던 60대 부부가 지난 8일 무면허 고등학생이 몰던 전동킥보드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전해졌다. 사고를 낸 학생들은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2명이 한 대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중 10대 가해자는 해마다 2배 이상 늘었고, 가장 최근 통계인 2022년에는 전체 사고 중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에 의해 발생했다. 이에 보다 강화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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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현장.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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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통킥보드 등 PM 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117건이던 사고 건수는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늘어나 6년 만에 20배가량 증가했다.

가해자 연령대별로 보면 19세 이하에서 증가폭이 가장 크다. 2017년 10대 사고 건수는 12건뿐이지만, 2018년(21건)부터 해마다 2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48건, 2020년 186건, 2021년 549건이다. 특히 2022년에는 전체 사고 건수 2386건 중 1032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0대가 가장 많은 PM 사고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를 대여하는 과정에서 면허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절차의 행정적인 부분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스템이 명확했다면 10대, 특히 무면허 10대 사고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전동키보드 대여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업체마다 대여 과정도 다르고 운전면허 등록 절차를 건너뛸 수 있거나 심지어 면허 여부를 묻지도 않고 본인 인증만 하면 빌릴 수 있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이고,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만 전동킥보드 등 PM을 운전할 수 있다. 면허 없이 운전할 경우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되고 안전모 미착용 시 범칙금은 2만원, 두 명 이상 탑승 시에는 범칙금 4만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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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전동킥보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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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PM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다른 범칙금과 비교해 금액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자동차처럼 단속률이 높지 않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범칙금을 올려 이용자들이 규정을 지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쉽지 않겠지만 해외 사례처럼 번호판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며 “CCTV에 촬영된 단속 장면을 토대로 해당 시간에 대여 기록이 남아있는 이용자에게 렌터카처럼 벌금을 부과하면 많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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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철역 앞에 안전모와 함께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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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도 매년 증가하는 PM 사고 예방을 위해 최고속도를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일 국토교통부,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PM 대여업체 10곳, 안전문화운동추진중앙협의회와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현행법상 시속 25㎞인 개인형 이동장치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낮추는 시범운영 사업을 시작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운행속도를 시속 25㎞에서 시속 20㎞로 하향하면 정지거리는 26%, 충격량은 36%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M 안전수칙 위반 단속도 한다.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주행도로 위반, 2인 이상 탑승 등 주요 안전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지난 15일부터 2주간 계도 홍보기간을 거쳐 8∼9월 2개월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다만 이 교수는 규정과 별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태도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와 다르게 전동킥보드는 운전자 보호장치가 없으므로 피해자뿐 아니라 본인이 가해자임에도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안전 용품을 착용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는 등 철저히 관련 규정을 지키는 것이 타인과 본인을 위한 일이다”고 당부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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