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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대한항공보다 이코노미 넓다…미국·유럽도 뜬 LCC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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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다던 한국형 저비용항공사 ‘성공 스토리’



■ 경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항공 수요가 지난해부터 급증했고, 엔저 효과로 LCC 황금 노선인 일본 여객까지 늘면서 성장세에 불이 붙었다. LCC는 국내선과 국제선 여객 점유율에서 이미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앞섰다. 이런 상승 곡선에 올라탄 국내 LCC는 총 9곳이다. 항공 시장이 훨씬 큰 미국 LCC 개수와 같고, 일본(8개)보다 많으며, 유럽에서 항공 수요가 가장 많은 독일(4개)의 2배 이상이다. 인구 5000만 명에 LCC가 9개나 있다 보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형 LCC 탄생=아무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LCC 얘기다. 2000년대 초반 LCC 도입이 논의될 때만 해도, 대형 항공사가 2곳이나 있는 한국에선 해외식 저가항공 모델이 들어와도 금방 망할 것이라고 했다. 기내에서 물이나 음료를 돈 내고 사 먹어야 한다는 생소한 개념은 그동안 친절한 서비스만 받아왔던 소비자에게도 낯설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LCC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유럽 LCC 라이언에어 등은 거의 모든 부가서비스에 요금을 추가한다. 심지어 깜빡 잊고 항공권을 프린트하지 못한 채 공항에 간다면 프린트 비용까지 받는 곳이 해외 LCC다.

중앙일보

에어프레미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35인치로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넓은 이코노미 좌석을 가지고 있다. [사진 에어프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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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국내 LCC는 대형항공사 못지않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다. 이른바 한국형 LCC 모델이다. 항공업계에선 국내 LCC의 이런 성공을 이마트의 성공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금은 이마트가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 해외 창고형 할인마트인 월마트와 까르푸 등이 국내에 진출했을 때, 이마트는 창고형과 백화점 방식을 혼합한 한국형 마트로 국내 시장을 지켰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LCC는 해외 LCC와는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한국형 LCC 모델 도입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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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돈 되는 일본·동남아 주력…엔데믹 이후 폭발적 성장



◆유럽·미국으로 눈 돌리는 LCC=LCC 성장의 다음 단계는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다. 국내선과 중·단거리 노선에서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LCC는 이제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올 여름부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으로 내놓은 유럽 4개 노선을 넘겨받아 취항한다. 로마 노선은 오는 8월 8일부터 주 3회(화·목·일), 바르셀로나 노선은 9월 11일부터 주 3회(월·수·금) 일정으로 A330-200 항공기(246석)를 투입한다. 프랑크푸르트 노선은 10월 중 취항 예정이다. 파리 노선은 한-프랑스 항공 당국 간 합의가 완료돼 조만간 취항 일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는 캐나다 밴쿠버 노선 취항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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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 밖에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노르웨이 오슬로 취항을 앞두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넓은 이코노미 좌석을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좌석 간 거리가 32~33인치인 데 반해 에어프레미아는 35인치로 운영 중이다.

◆최근 잦은 고장·회항, 부족한 정비사 때문=최근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지난해에만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 3곳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전망도 밝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LCC 국제선 탑승객은 1273만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 이용객(1180만 명)보다 LCC 탑승객이 더 많았다. 특히 일본이나 동남아를 찾는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LCC들의 실적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LCC들의 수익성은 어떨까. 대형항공사를 압도할 만큼 좋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에어서울로 영업이익률이 28%에 달한다. 이어 진에어(22%), 티웨이항공(18%) 순이다.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였음에도12%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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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LCC 수익성의 비결은 ‘돈 되는’ 좋은 노선에 집중하는 전략에 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등 탑승률이 높은 노선을 집중 공략한 게 주효했다. LCC는 돈이 되는 노선은 더 많이 띄우고, 돈이 안 되는 노선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문제는 운항편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들은 올해 1분기 기준 국제선 항공편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5%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탑승객, 대형 항공 능가…운항 늘자 고장·회항 잦아져



그런데 최근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LCC 지연 소식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우려도 커졌다. 지난달 13일부터 17일 사이 닷새 동안 티웨이항공 한 곳에서만 5편의 지연이 발생했다. 에어프레미아도 지난 4월 인천발 나리타행 항공기 운항 중 여압계통 이상이 발견돼 긴급 회항했다.

항공업계에선 LCC의 잦은 고장과 회항 원인을 부족한 정비사 수에서 찾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항공기 1대당 정비사가 가장 많은 곳은 대한항공(2661명, 2024년 6월 기준)이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가 16.7명꼴이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1대당 11.1명, 티웨이항공은 10.4명의 정비사가 근무 중이다. LCC 대부분이 국토부와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기준은 맞추고 있지만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서는 정비사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가 매년 안전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숙련된 정비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LCC들이 공격적으로 항공기를 늘리는 만큼 그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항공정비사 등 전문 인력이 국내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변수…메가 LCC 탄생, M&A 주목



국토교통부 역시 최근 늘어난 항공기 지연 및 회항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모든 항공사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 조사를 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특히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장거리 노선 인허가 시 검증을 더 철저히 할 예정이다. 이 밖에 취항 후에는 3개월간 국토부 항공안전 감독관 2명이 현장에 파견돼 해당 항공사를 밀착 점검한다.

항공업계에선 잇따른 안전사고에 ‘하인리히 법칙’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던 윌리엄 하인리히가 1931년 제시한 이론으로, 큰 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29건의 작은 사고와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사고 전엔 언제나 전조가 이어진다.

◆국내에도 메가 LCC 탄생하나=국내 LCC업계는 메가 LCC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판도를 바꿀 큰 지각변동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대한항공 LCC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LCC인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합쳐진다. LCC 3사의 비행기를 합치면 총 57대, 합계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LCC 1위 제주항공을 크게 앞지르는, 메가 LCC 탄생이 예상된다.

LCC 간 인수합병(M&A)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국내 주요 LCC의 대주주는 사모펀드다.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이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어인천도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데다 향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국내 LCC 산업도 확장기를 지나 안정기가 찾아오면 항공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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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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