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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뜨거운 日여행 열풍 비결은…지역주민이 만든 '살기 좋은 마을' [M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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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차 한국관광학회 전남·여수 국제 학술대회

지역관광 활성화 전략 주제 총148편 논문 발표

다케시 日 국제관광학회장 지역주민 역할 강조

관광 정책·마케팅 전략 트렌드에 맞춰 바뀌어야

특화콘텐츠 No.1보다 Only One 목표로 삼아야

이데일리

사카모토 다케시(왼쪽) 일본국제관광학회장과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남 여수시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제96차 한국관광학회 전남·여수 국제 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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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전남)=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매력적인 관광자원 개발보다 지역 주민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게 먼저입니다.”

사키모토 타케시 일본국제관광학회장(에도가와대 교수)은 지난 11일 전남 여수시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제96차 한국관광학회 전남·여수 국제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일본 인바운드 관광시장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마을 만들기는 20년 전인 2003년 고이즈미 내각이 수립한 ‘관광입국’ 계획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라며 “나라 전역에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누구나 방문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민 주도… 국적·연령별 마케팅 전략 다변화해야

한국관광학회와 전라남도, 여수시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는 ‘첨단기술 시대의 지역관광 활성화 전략과 혁신’을 주제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진행됐다. 행사에선 148편의 최신 논문 발표와 함께 국내외 관광·마이스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22명이 기조강연과 특별세션 발제자와 패널로 참여해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일본의 행보’를 주제로 강연한 타케시 회장은 마을 만들기의 주체는 정부·지자체가 아닌 ‘지역 주민’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이 생활 터전에 대한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관광객 유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 만들기는 결국 지역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며 “지역이 존재하는 한 끝없이 지속해야 할 작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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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96차 한국관광학회 전남·여수 국제 학술대회’ 전남과 여수 세션에서 발제자로 나서 지역 관광·마이스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박효연 전남대 교수(왼쪽)와 박창환 동서대 교수(가운데), 박경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 (사진=한국관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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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외 학계 전문가들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특화 콘텐츠 개발을 꼽았다. 대부분 도시가 지역 고유의 바이브나 컬러를 살리지 못한 채 뻔한 풍경, 음식 등만 내세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창환 동서대 교수는 “특화 콘텐츠에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 청자와 백자처럼 그 자체가 지역을 상징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콘텐츠 개발은 넘버 원(No.1)보다 온리 원(Only one)을 목표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왔다. 축제, 이벤트 등 마이스는 행사 규모 등 겉으로 드러나는 단기 성과보다 전후방에 걸친 직간접 효과 등 장기 성과(레거시)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박효연 전남대 교수는 “축제 등 지역 이벤트는 한시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팝업 스토어’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축제가 특화 콘텐츠로서 가치와 경쟁력을 갖추려면 오직 여기(Only here)에서 지금 이 순간(Only now)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공모에만 의존하는 ‘톱다운’ 방식 벗어나야

국적, 연령에 따라 여행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다른 만큼 마케팅 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관광객에겐 세세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여행을 모험과 탐험의 기회로 삼고 싶어하는 유럽, 미주 관광객에겐 지나친 정보가 오히려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두 번째 기조강연 무대에 오른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는 “유럽인 대다수는 낯선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는 변수나 이변을 여행의 매력으로 여기고, 한 번에 여러 도시를 방문하기보다 남들이 많이 안 가본 곳에서 자기만의 여행 경험을 쌓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성향은 지방 도시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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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학회는 지난 11일 전남 여수시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제96차 한국관광학회 전남·여수 국제 학술대회’ 개막식에서 전라남도, 여수시와 ‘2026 여수 세계 섬 엑스포’ 성공개최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오른쪽부터)와 고계성 한국관광학회장, 정기명 여수시장이 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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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관광정책 시행 체계와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지금처럼 정부 공모에 의존하는 ‘톱 다운’ 방식으로는 지역 주도 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행시장이 다양해지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관련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인 틀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경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등과 같은 대단위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 사업이 지역 주도로 이뤄지려면 먼저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고 중앙 정부와 기관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관광학회는 이번 학술대회 기간 전라남도, 여수시와 ‘2026 여수 세계 섬 엑스포’ 성공 개최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여수 돌산 진모지구 일원에서 두 달간(2026년 9월 5일~11월 4일) 열리는 엑스포에 30개국이 참가해 3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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