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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군 "능력 초과 대민지원은 사절"…제2의 채상병 사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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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재난 분야 대민 지원 안전매뉴얼' 처음 마련

채상병 사건의 교훈…장병 대민지원 홍보도 자제 분위기

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1주기 앞두고 묘소 참배하는 국민의힘 지도부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5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 순직 1주기를 앞둔 채수근 상병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4.7.15 [국민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지헌 기자 = 작년 7월 1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사건은 재해 현장에 무리하게 장병을 동원해 발생한 참사였다.

재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민 지원에 나서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의 임무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채상병 순직 사건을 계기로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부대 홍보 등을 목적으로 장병들을 위험한 현장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국방부는 제2의 채상병 사건을 막기 위해 작년 말 '재난 분야 대민 지원 안전매뉴얼'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이 매뉴얼은 재난시 대민 지원 절차와 지침이 담긴 문서로, 풍수해와 지진, 산불, 화학물질 누출 등 33개 재난 유형에서 수상 및 지상 조난, 추락 및 낙상, 화상 등 16개 위험 요인과 함께 안전 확보를 위한 행동 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부대 및 장병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원 요청이 있으면 상급 부대에 건의해 지원이 불가능한 이유를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설명하도록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채상병은 실종자 수색 당시 당초 강 주변만 수색하다가 관계기관의 요청으로 장화 높이까지 강에 들어가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후 허리 높이까지 들어가라는 지휘관의 지시에 무리하게 입수했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게다가 채상병이 속한 부대는 수중 수색 경험이 없는 포병부대였다.

채상병이 무리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했다는 점에서 부대 및 장병의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요청은 거절하라는 내용이 국방부가 마련한 안전매뉴얼에 반영된 것이다.

이 매뉴얼에는 같은 지역에서 다수의 부대가 대민 지원을 하게 되면 군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채상병 순직 사건 때 소속 해병대 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넘어갔음에도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 현장 해병대 병력에 대한 지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들을 해 직권남용 논란이 일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장병들을 재해 현장에 투입할 때 경험 있는 현장 전담 안전통제관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서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안전 및 구호 장비를 휴대하도록 했다.

대민 지원이 잦은 해병대와 육군도 국방부의 안전매뉴얼에 근거해 대민지원 관련 안전지침을 새로 마련했다.

해병대는 채상병 순직 이후 '해병대 안전 규정'을 제정했으며, 대민 지원 때 위험 요인 분석과 안전대책, 구비해야 할 보호장구 등을 명시한 '대민 지원 유형별 안전대책 및 현장조치 매뉴얼'를 마련했다.

아울러 재해 및 재난 상황 발생 때 지휘관 및 참모 업무와 임무 유형별 작전개념, 부대편성, 준비사항, 위험요인, 안전대책, 현장 체크 리스트를 구체화한 '제2신속기동부대 임무수행 핸드북'도 작성해 활용 중이다.

특히, 핸드북에는 실종자 수색작전 때 강이나 바다에서 수색하는 부대를, 소형고무보트(IBS) 운용 부대와 수색부대로 명시했고, 필요하면 상륙장갑차대대가 지원하도록 했다.

수중 수색이 가능한 부대를 IBS 운용 부대와 수색부대, 상륙장갑차대대로 한정해 채상병이 속했던 포병부대처럼 경험이 없는 부대가 수중 수색 임무에 투입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육군도 작년 말 '사고예방 안전매뉴얼' 마련해 대대급장 이상 지휘관이 현장 위험성을 평가한 뒤 장병 투입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등 장병 안전이 100% 확보된 가운데 대민 지원을 실시하도록 했다.

올해 들어서도 호우 피해 현장에 장병들이 대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군 당국은 과거와 달리 홍보를 자제하는 모양새다.

지역의 한 부대는 상부의 지침이라며 장병 재해 지원 관련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하지 않기도 했다.

군 당국이 보도자료를 통해 대민 지원 실적을 홍보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육군은 올해 대민지원 현황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관련 규정과 지침, 절차를 준수한 가운데 대민 지원을 정상 시행 중"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실시한 대다수 대민지원이 소규모 대민 지원인 관계로 아직 정확한 현황은 최종 집계되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채상병 사건이 발생한 데에는 대민 지원을 부대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고 했던 지휘관의 과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군 내부의 반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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