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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막자…잇단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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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제세미나 이어 16일에도 문화연대 토론회 개최
이동연 교수 “협의체 연구 부족…새로운 논의 구조 필요해”


매경게임진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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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한이 다가오면서 관련 업계의 우려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 이어 16일에는 ‘WHO(세계보건기구) 게임이용장애 등재 쟁점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행사가 열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은 WHO의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의 무조건적인 수용을 막을 수 있는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16일 문화연대 주최, 문화사회연구소 주관으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정원옥 문화사회연구소 대표의 사회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WHO ICD-11 게임이용장애 등재에 대한 비판적 이해’,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가 ‘국내 게임 규제정책 환경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의 쟁점들’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오영진 과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조교수,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 최준영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동연 교수는 ICD-11에 등재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자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내에서 도입 여부를 논하고 있는 민관협의체의 논의 과정을 설명하며 산적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연구 토대의 퀄리티가 낮다 ▲진단을 위한 구성 체계 작업과정이 약물사용과 도박 기준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문제적 게임이용을 판정하는 증상 진단과 평가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 등 기존 ICD-11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비판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어 2019년 ICD-11 통과 이후 국내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여론이 격해지자 마련된 민관협의체도 지난 5년간 11회의 회의에 그쳤고 논의된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전히 과학적 근거나 게임이용장애를 판단할 명확한 진단 방법 및 도구 등의 연구가 부족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일부 협의체 위원 중에는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보다 질병코드 등재를 확정하고 방법론을 모색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 교수는 “2026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려면 적어도 2025년까지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고 협의체에서 동일한 진단 도구가 도출되어야 하며 진단 도구 결정에 따른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여기에 도입 여부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정상적 수치 도출, 공청회 및 여론 수렴을 위한 사회적 도출 과정이 있어야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생각해 보자면 과연 2026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앞으로 협의체의 새로운 논의 구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종현 교수는 법적인 관점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등재 이후에 영향을 분석하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것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ICD-11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지의 문제다. 통계법 제22조 제1항에는 국내 표준분류 작성 시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기준으로’라는 문구를 경직적으로 해석해 ICD의 내용을 KCD에 그대로 적용한 부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ICD 자체가 권고 사항이고 KCD를 비롯한 국가 통계 기준은 각국 정부의 결정이기에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수용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는 이상헌 전 의원이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기준으로’라는 문구를 ‘참고하여’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김유정 의원이 역시 ‘기준’이 아닌 ‘참고’하도록 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박 교수는 과거 신의진 전 의원과 손인춘 전 의원 등이 발의했던 게임중독과 관련 법안에서 관련 부담금 징수를 시도하거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던 것을 거론하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등재될 경우 관련 논의가 다시 시도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심신미약에 해당할 수 있는지의 문제,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 정신장애인 대상의 각종 복지 및 의료 제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오히려 질병코드 등재 이후 질병코드의 존재의의에 의문이 생길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법관이 게임이용장애를 심신미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형사규범적으로는 진정한 정식적 장애상태가 아니게 될 수 있다”라며 “또 여러 정신질환을 현재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하고 있는데 ‘게임이용장애’가 바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표적 공존질환인 우울증이나 ADHD로 진단을 받고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코드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과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 강신철)이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앤드류 쉬빌스키(Andrew Przybylski)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도 “WHO와 미국 정신의학회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그들의 말이 우리의 연구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라며 “게임에 관한 연구가 많았지만 질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좋은 연구가 적었고 과학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인정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인 마띠 부오레(Matti Vuorre)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역시 “게임을 더 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영향으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가설이 있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 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이 기분이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에 영향을 준 것은 게임 이용 시간이 아니었다”라며 “게임을 훨씬 많이 하게 되면 게임 과몰입이나 이용장애와 비슷한 장애가 있다고 가설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확인했다”라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문화연대는 오는 8월에도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공청회 형식을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찬반 의견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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