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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유레카] ‘통화 공포증’에 시달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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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버스 안. 20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심각하게 대화 중이다. “아니, 사전에 전화하겠다는 문자도 없이 팀장이 갑자기 나한테 전화를 한 거야. 문자로도 할 수 있는 말을 왜 전화로 해? 너무 싫어.”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심각한 ‘콜포비아’야. (전화가 오면) 한번은 무조건 안 받아. 무서워. 심장 뛰어.”



‘콜포비아’(Callphobia·통화 공포증)는 전화 받기를 공포 수준으로 두려워하는 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이 ‘휴대전화로 뭐든 다 하는 직원들―통화만 빼고’라는 기사를 통해 직장 내에 만연한 ‘통화 공포증’ 문제를 다룬 뒤 부쩍 자주 언급되고 있다. 비즈니스 코치인 샨텔 코언은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몇년 동안 ‘통화 공포증’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 수요가 급증해 하루 교육 비용이 3천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콜포비아’를 이 시대의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하고 특히 젊은 세대(MZ세대·잘파세대 등)의 특성인 듯 말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조차 이미 2010년 비슷한 현상에 대해 ‘전화하지 마, 내가 문자할게’(Don't Call Me―I'll Text You)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15년쯤 전 젊은이들도 그랬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화 공포증이 ‘시대’의 문제보다는 ‘세대’의 특성이라 설명한다. 신지영 고려대 교수(국문학)는 최근 펴낸 ‘언어감수성 수업’을 통해 “어느 시대든 사회에 막 진입하는 세대는 경험 부족으로 낯선 이와의 소통을 어려워하기 마련”이라 다독인다. 다만 카톡이나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 등 ‘익숙한 문자 대안’이 강력하게 자리 잡아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도 ‘전화에 익숙해질 기회’를 놓치기 쉽다. 신 교수는 대면·통화·문자·이메일 등 소통 도구별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콜포비아’가 선호하는 ‘문자메시지’는 알고 보면 까다로운 도구다. 신 교수는 “서로 상황과 맥락을 모르는 상황에서 구어체의 문자를 매개로 소통하면 오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너무 길고 복잡한 내용을 보내면 상대가 흘려버리기 쉽고, 뭔가를 지시할 때는 고압적인 말투로 읽힐 수 있다. 동상이몽, 오해 등을 피하고 싶을 때 ‘통화’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임지선 빅테크팀장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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