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3 (금)

“이자 높아 투자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악몽 되살아나는 브라질 채권,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年11%대 금리에 매수세 몰려
상반기 판매액 1조7000억

브라질 재정건전성 우려 커져
올들어 헤알화 가치 5% 하락
투자자들 환차손 발생 불가피


매일경제

브라질. [사진 제공=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채권 투자자 A씨(41)는 향후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브라질 국채 10년물을 매수했다. 10%를 웃도는 기준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향후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막대한 자본(매매)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복병은 환율이었다. 최근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A씨는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A씨는 “최근엔 금리마저 동결되면서 브라질 국채 투자수익률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 10%가 넘는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브라질 국채에 자금이 대거 몰린 가운데, 환차손과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우려에 기대수익률은 악화되고 있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대형 증권사 5곳(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의 지난해 브라질 국채 판매액(개인·기관투자자 합산 매수액)을 집계한 결과, 총 1조72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치(8582억원) 대비 101.4% 급증한 것이다.

브라질 국채 투자가 인기 있는 이유는 우선 표면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채 3년물, 10년물의 금리(수익률)는 각각 11.3%, 11.68%로 10%를 훌쩍 웃돈다.

높은 이자 수익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시 자본 차익 기대감에 채권족들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10.5%로, 지난 2021년 초(2%) 대비 850bp(1bp=0.01%포인트) 뛰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은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연초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원화 대비 5% 이상 하락하면서, 국채 투자자들이 자연스레 환차손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15일 헤알화 대비 원화값은 254원으로, 지난 1월 중순(273원) 때 보다 크게 상승했다. 헤알화 가치가 하락한 건 브라질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신재정준칙을 발표하며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적자가 지속되면서, 룰라 정부는 균형 재정수지 목표를 내년으로 연장했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가 급등할 우려에 기준금리마저 동결됐다. 앞서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7차례 연속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19일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것이란 시장의 우려로 이어졌다. 연초 10.36%까지 떨어졌던 브라질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지난해 10월 고점인 12%까지 급등한 바 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A씨처럼 올해 브라질 국채를 산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에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금융시장은 룰라 정부의 재정 긴축 방안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환율이 안정되기 전까지 브라질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환율,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신규 투자 진입에 매력적인 구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금리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큰 듀레이션(잔존만기)이 긴 장기채 위주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위치해 있는 만큼 강세 재료보다 약세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약세장의 완전한 종료를 위해선 재정수지의 정량적 개선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