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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목)

한국이 만든 유도로켓 ‘비궁’, 미국 최종평가 통과…K방산 새 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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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 2.75인치 유도로켓
6기 모두 명중 美최종평가 통과
수출 위한 9부 능선까지 넘어
성공땐 국산 유도무기 최초 성과


매일경제

LIG넥스원 비궁


LIG넥스원의 2.75인치(70mm)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 국방부가 주관하는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평가를 통과했다. 국산 유도무기가 미 FCT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K방산 역사상 첫 ‘완제품’의 미국 수출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LIG넥스원은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하와이 해역에서 실시한 FCT 최종 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발사된 비궁 6기가 표적을 모두 명중시켰다고”며 “2019년 FCT 대상 무기체계로 지정된 이후 유도탄 성능 검증 위주의 1차 시험을 거쳐 총 4단계로 진행된 2차 시험까지 통과한 뒤 마지막 사격 테스트까지 모두 통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CT는 미 국방부가 전 세계 동맹국 방산기업이 가진 우수 기술을 평가해 미군이 추진하는 무기 개발·획득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험 평가 성공은 군과 관계기관이 큰 역할을 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를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성능을 확보한데 이어, 한국 해군의 4900t급 상륙함 ‘천자봉함’이 비궁 발사대와 함께 미국 무인수상정을 태평양의 미국 해역 한 가운데로 이송하고 진수하는 등 전폭 지원했다. 군과 방산업계가 ‘팀 코리아’로 협력한 끝에 수출을 위한 최종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다.

시험평가를 현장에서 지휘한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는 “방위산업 불모지였던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미국에 유도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자주국방 실현과 K-방산의 성장을 향한 정부와 군, 기관, 업계의 노력과 염원이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그동안 비궁의 미국 수출을 노리고 방위사업청·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함께 미국 군 당국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개발 사업을 진행해왔다. 2016년 해병대에 처음으로 배치된 비궁은 북한의 공기부양정 등을 타격하기 위한 지대함 미사일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소형 함정을 타격하는 ‘함대함’ 기능을 염두에 두고 추가 개발을 진행했다.

함정에 탑재할 수 있도록 2.75인치 유도로켓용 발사대를 자체 개발하고, 미국 텍스트론사의 무인수상정(CUSV)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도록 체계를 통합했다. 자국의 연안 경비 수요와 후티 반군 등의 소형 고속정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비궁은 미국이 요구하는 품질과 가성비를 동시에 잡은 유도무기로 평가받는다. 최대 사거리가 8km에 달하는 비궁은 동체 고정형 비냉각형 적외선 영상 탐색기를 장착해 주·야간 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발사된 탄이 표적에 맞도록 레이저로 유도할 필요 없이 발사 후 자동으로 표적을 추적하는 ‘발사 후 망각형’ 방식은 비궁과 동급인 유도무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다.

당 가격도 4000만원으로 성능 면에서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록히드마틴의 ‘헬파이어’ 대비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궁의 마지막 FCT 사격 시험에서 리사 프란체티 미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참관을 위해 헬기를 타고 천자봉함을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인 이유다.

LIG넥스원은 FCT 통과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수출 계약 체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실제 계약 까지는 미 해군의 소요 제기 절차와 예산 확보, 계약 검증 등의 단계가 남아 있는 상태다.이에 더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는 등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업계에 따르면 비궁의 본격적인 수출 협상은 내년 이후에 성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수출 성사 시에는 미국의 동맹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LIG넥스원의 검증된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의 미국 비궁 수출이 성사된다면 ‘완제품’으로서는 최초의 일”이라며 “LIG넥스원을 비롯해 한국 방산기업이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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