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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1 (수)

엄기영·백종문까지? 방문진, '극우 인사 집합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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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엄기영 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에 지원하는 등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진 사퇴 전 '2인 체제'에서 긴급 의결한 공영방송 3사 임원 선임 계획안이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언론계는 '1인 체제'에서 행해지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방문진 이사 지원자 3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방문진은 9명으로 구성되며 현 이사진 임기가 다음 달 12일 만료된다.

지원자 32명 중 22명은 MBC 혹은 방문진 출신으로, 김정특, 이규정, 윤길용, 백종문, 차기환, 김흥도, 윤정식, 성보영, 김성근, 엄기영, 한윤희, 김휴선, 송기원, 이동민, 조능희, 김영근, 송요훈, 박노흥, 이윤재, 이우용, 노혁진, 김영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엄기영 전 사장이다. 엄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2월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2011년 3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낙마했다. 당시 엄기영 캠프는 강릉시 한 펜션에서 전화홍보원을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됐고, 이후 엄 전 사장은 정계를 은퇴했다. 그는 이번 방문진 이사 지원서에 "현재 MBC는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이 아니라 노영방송으로 비판받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주인 행세를 하는 MBC를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줘야 된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전략본부장으로, 최승호 PD(MBC 34대 사장)와 박성제 기자(35대 사장)에 대해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해 부당해고 의혹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또 "(라디오 패널로) 왜 맨날 <경향신문>, <한국일보>, <프레시안> 거기만 쓰냐고 하면 거기 밖에 없다고 하더라. 빨리 바꾸라고 해서 <프레시안>은 바꾼 것 같다"고 해 프로그램 개입 논란을 부른 인물이기도 하다.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자문특별위원은 MB정부 당시 시사교양국 국장으로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미디어법' 등을 보도한 <PD수첩> 이우환·한학수 PD를 비제작부서로 발령해 부당 전출 논란을 야기한 인물이다.

이우용 언론중재위원은 MB 정부 당시 라디오본부장 시절 방송인 김미화 씨의 라디오 하차와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의 경질을 주도해 MBC PD협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된 인물이다.

프레시안

▲KBS·MBC(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들이 7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경영센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위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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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32명의 지원자 중 이명박·박근혜 시절,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아래 MBC를 망가뜨리는데 앞장섰던 주역들이 대거 지원했다"며 "이들은 마치 선명성을 경쟁하듯 지원서에 극우적 시각을 대놓고 드러냈다. MBC장악에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권이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한다면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은 부적격 적폐 극우인사들의 집합소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MBC 본부는 백 전 부사장을 "김재철 사장부터 김장겸 사장 때까지 편성제작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까지 자리를 꿰차며 편파방송과 부당인사, 노조 탄압의 전면에 있었던 1급 적폐 인사"라며 "지난 2월, 김장겸 등과 함께 비상식적인 사면을 받더니, 뻔뻔하게도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백종문이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윤석열 정권은 김장겸을 국회의원으로, 이진숙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한 것처럼,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 범죄자들까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길용, 이우용, 노혁진은 김재철 사장 시절 각각 시사교양국장, 라디오본부장, 편성국장으로 국정원의 MBC장악 문건대로 해당 부문을 황폐화시켰던 주역"이라며 "이들 외에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무려 5년에 걸쳐 MBC플러스에서 이사부터 사장까지 차지했던 한윤희, MBC C&I 부사장까지 했던 성보영 등 적폐 시절 권력의 MBC 장악에 부역하며 일신의 안락을 취했던 인사들이 이제는 방문진 이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MBC 본부는 또 "현재 방문진 이사인 이들도 연임을 하겠다며 지원서를 들이밀었다"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차기환이다. 지난 2009년과 2012년 방문진 이사를 2번이나 연임하며 MBC 몰락에 일조했던 차기환은 지난해 보궐이사로 다시 방문진 이사 자리를 꿰차더니, 4번째 이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차기환은 5.18 관련 허위 주장과 거짓 사실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극우적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문제의 인사"라고 지적했다.

MBC 본부는 "비정상적으로 2명이 중대한 결정을 한 것만으로도 위법적 소지가 큰데, 지금은 이상인 1명만 남은 상태에서 이사 선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확정해놓고 (방통위원장 후보자) 이진숙이 임명되자마자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오직 MBC 장악의 광기(狂氣)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비상식·비정상적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또한 이날 경기도 과천에 마련된 이진숙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 오피스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체제'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중단하라"며 "지금 행해지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방통위 공무원들을 향해 방송장악을 위한 부당 지시를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직원 130명에게 징계 및 수사 의뢰가 내려진 일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불법적 직무집행 지시를 통한 방송장악 업무에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에 순응한다면 방통위 공무원들 역시 정권의 위헌적, 위법적 방송장악에 가담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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