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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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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할 힘 없다?" 尹 정부 맹신인가 착오인가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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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 정부가 서울 고가 아파트에서 '가격 상승 시그널'이 울리고 있는데도 개입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2년 연속 수십조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 풀고,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규제를 연기했으며, 급기야 금리 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은 한술 더 떠 "현재 집값이 급등할 힘이 없으며, 지금 시장에 개입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집값 상승을 부추겨야 하는 시기일까 아니면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시기일까. 현재 집값은 정말 '급등할 힘'이 없는 걸까. 마켓톡톡 '집값 이상징후' 첫번째 이야기 맹신과 오판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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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가 아파트 위주로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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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2차 상승기=아파트 매매 가격이 최근 재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에 이어 '두번째' 상승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해 3월 넷째주부터,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해 5월 넷째주부터 7월 둘째주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올랐다. 서울 아파트는 2023년 5~11월, 전국 아파트는 7월~11월에도 가파르게 오른 바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폭은 심상치 않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주간 기준 0.03%에 불과했는데, 6월 둘째주에는 0.10%로, 7월 첫째주에는 0.20%로 뛰었고, 7월 둘째주에는 7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인 0.24%를 기록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의 주간 기준 매매가가 2023년 11월 이후 8개월째 직전 주보다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 '고가 아파트' 장세=지금 팔리는 주택은 고가 주택이다. 주택을 '매매가격 순'으로 일렬로 늘어놨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격인 중위가격을 보면 그렇다. 전국의 주택 중위가격은 지난해 기준으로 2억6233만원, 서울 기준으로 6억5322만원이다.

아파트 중위가격은 6월 기준으로 전국이 3억6333만원, 서울이 9억5250만원으로, 전체 주택 중위가격보다 38.5%, 45.8% 비싸다. 서울에서도 강북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1667만원, 강남 아파트 중위가격이 11억7083만원이다.

기준점을 좀 더 넓히면 '고가 아파트' 장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올해 1~7월에 팔린 서울 아파트 중에서 절반 이상은 매매가가 9억원을 초과했고, 15억원 이상인 비중도 20.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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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서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매매된 서울 아파트 2만5688채 중 매매가 15억원 이상은 20.4%(5247채), 9억~15억원 미만은 33.5%(8625채)로 절반 이상이었다. 매매가 5억~9억원 미만은 33.9%(8724채), 5억원 미만은 12.0%(3092채)였다.

서울 지역 분양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564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86%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267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1.02%나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이제 '옥석 가리기'도 필요 없다. 서울의 전체 아파트 매매 가격이 주간 기준으로 2개월 이상 상승했던 올해 5월 셋째주까지만 해도 노원‧도봉구와 강북구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28주, 26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영끌의 성지로 불리던 이 세개 자치구에서도 아파트 가격은 5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 정부의 이상한 부채질=그런데도 정부는 서울 고가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상승장을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지난해 1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투기과열지역‧조정대상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4개 자치구를 제외하고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했다. 정책금융은 2년 연속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특례보금자리론 43조4000억원이 시장에 풀렸고, 올해는 26조원으로 예상되는 신생아특례대출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는 더 많은 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 통화량은 4000조원을 넘어섰는데, 일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여전히 기준금리인 3.50%보다 한참 낮은 2%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시기도 7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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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이창용 한국은행장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동결하면서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 시장에 완화 신호를 줬다.

집값의 적정 수준을 정하고, 감시해야 하는 주무부처는 아예 손을 놓겠다고 공언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경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집값을 급등시킬 힘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개입과는 무관하게 한국경제에선 이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부실채권 등이다. 이 이야기는 '집값 이상 징후의 부메랑' 두번째 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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