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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0 (화)

트럼프 “美를 통합하라”… 대세론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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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후에도 밀워키 전대 소화

연설서 강조… 선거 전략 ‘수정’

민주 텃밭서 컨벤션 효과 노려

승리 확률 8.4%P 오른 64.7%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피격 사태 후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도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에서 총격범의 피격으로 오른쪽 귀가 관통당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사실상 공백 없이 대선 일정을 재개하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고, 부통령을 발표하며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전당대회에서 “미국을 통합하라!(UNITE AMERICA!)”는 내용의 연설로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키로 해 선거전략에도 큰 변화를 예고했다.

세계일보

영상 가득 채운 트럼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내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상 등이 나오고 있다. 15일부터 나흘간 일정의 공화당 전당대회 하이라이트는 18일 밤 진행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이다. 밀워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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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45분쯤 전용기를 타고 밀워키 미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기 계단을 부축 없이 걸어 내려오다 잠시 멈춰선 뒤, 두 차례에 걸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보였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인사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어제의 끔찍한 일로 인해 내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으나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 없다”며 “그래서 나는 당초 계획대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미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총격을 당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번쩍 들어 올렸던 것과 관련, “사람들에게 내가 괜찮다(OK)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미국은 계속 굴러가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우리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는 “나는 죽을 뻔했다”며 당시 피격이 “매우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의사가 병원에서 이런 것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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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15∼18일)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대회장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이 설치돼 있다. 밀워키[미 위스콘신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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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피격 사건을 회고하면서 국경수비대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피격 사건을 자신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이민 정책 강화 이슈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전날 총격 사건 직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으로 이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로니 잭슨 연방 하원의원은 “그는 결연한 분위기”라며 “트럼프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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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 앞 주먹 불끈 쥐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범이 쏜 총알에 귀가 관통되는 부상을 당한 후, 성조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주먹을 불끈 쥔 채 지지자들을 향해 “싸우자(fight), 싸우자,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암살을 시도한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버틀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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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는 1988년 이후 실시된 9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8차례 승리해 민주당 텃밭 중 한 곳으로 분류됐으나,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고, 이후 경합주로 재분류됐다.

위스콘신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며 ‘스윙 보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공화당이 위스콘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공백 없이 위스콘신으로 날아오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지역인 셈이다.

이날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60%에서 70%까지 크게 높아졌다. 선거분석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선거 베팅업체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률이 이틀 새 8.4%포인트 오른 6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밀워키에서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에 따른 충격으로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총격을 받고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 흔들며 의연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밀워키에 왔다는 대의원 엘리자베스 잉거솔(72)은 전날의 총격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섬뜩했다”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트럼프는 강하다. 그리고 우리는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잉거솔은 “트럼프는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았고, 우리 역시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최남단인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대의원 캐시 오비디(62)는 기자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인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주먹을 치켜든 모습에 대해서는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전날 트럼프의 모습으로 앞으로 지지율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비디는 이어 “트럼프는 강인하게 극복해냈지만, 바이든은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바이든의 대응은 실망스러웠고,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예비 대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줄리는 “트럼프는 ‘전사’(warrior)이고 강한 남자(tough man)”라고 말했다. 줄리는 “고개를 돌려서 총알이 귀에 맞았으니 운이 좋았던 것이지 아니면 그는 죽었을 것”이라며 “신이 기적을 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줄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민주당 고액 기부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향한 후보 사퇴 요구 중단을 촉구하면서 “트럼프를 과녁의 중심에 넣자(put Trump in a bullseye)”고 말한 것을 언급하고 “바이든이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그건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도 말했다.

일찌감치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관식’ 행사로 예상됐던 전당대회는 전날 총격 사건으로 지지층 결집을 넘어 대선 승리를 위한 ‘결의 대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합을 강조하며 당 전열 정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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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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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피격을 계기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다시 썼다면서 “이것은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가 함께 뭉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기회이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SNS에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의 기개를 보여주고, 강하고 결연하게, 악이 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연설자로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헤일리 전 대사의 대변인인 채니 덴턴과 공화당 관계자를 인용해 헤일리 전 대사가 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를 향해 ‘새대가리’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헤일리 전 대사도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 등 신경전을 이어왔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온건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포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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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한 공원에서 열린 ‘미국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시민이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피격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싸우자”고 외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밀워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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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일제히 쏠린 여론을 돌리기 위해 ‘통합’ 이슈 띄우기에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정치의 온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 미국의 정치 상황은 과열돼 있으며 이제는 식혀야 할 때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한걸음 뒤로 물러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번 선거에 걸린 것이 많고 우리가 강한 의견 차이를 느끼는 것은 맞다”며 “미국 민주주의에서 이견은 불가피하고 인간 본성의 일부기도 하지만, 정치가 문자 그대로 전쟁터나 ‘킬링 필드(killing field·대량 학살 현장)’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의 여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론전을 멈추고 정책 선거로 전환하려 한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총알이 귀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고도 침착하게 대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찬사와 동정론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에서 자칫 비난 여론전이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민주당의 한 고위급 고문은 “우리가 트럼프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선거 운동을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그런 게 이번 주에 가능하기나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밀워키=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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