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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문화유산, 활용이 곧 보존”…명소로 거듭난 경주 무열왕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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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악마을 이야기’ 표지.


진병길(60)신라문화원 원장은 나라 안의 문화재 돌봄 일꾼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통한다. 한국 고대문화유산의 메카 경주를 무대로 ‘문화재 돌봄 활동’으로 불리는 민간인들의 문화유산 보존·재활용 사업에서 독보적 수완을 발휘하며 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1993년 신라문화원을 세워 경주 유산의 답사 교육 활동에 매진해왔던 그는 2010년 당시 갓 걸음마를 떼던 문화재 돌봄 사업에 관심을 갖고 경주 서쪽 선도산 자락의 왕릉급 무덤떼인 서악고분군 근처 서악마을을 대상지로 지목해 들어갔다. 태종무열왕 무덤이 바로 앞에 있어 ‘무열왕 마을’로 불렸지만 외지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평범한 촌마을이었다. 그는 그해부터 서악동 3층 석탑과 선도산고분군 등의 방치된 주변부 유적들을 가렸던 잡목림을 베고 구절초, 국화 등을 심고 탐방로를 조성했다. 마을의 폐가는 헐고 교육동과 답사객 숙박동을 지었고,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의 여동생 보희가 꿈속에서 소변을 보면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전하는 보희 연못은 바닥을 준설하고 연꽃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 연못으로 탈바꿈시켰다. 을씨년스런 전신주는 뽑아내고 전선을 지하에 묻었다. 이런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민간단체와 주민들의 손으로 마을을 정비하고 경주 관광답사의 손꼽히는 명소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이 바로 그다.



한겨레

진병길 신라문화원장. 신라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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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악마을을 문화유산 활용의 모범사례로 만든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의 활동내력 담은 ‘서악마을 이야기’(뭉클스토리)가 최근 출간됐다. 고분 주변 잡목림과 마을 폐가 정비하고 답사로 새로 닦고 음악회 등 문화행사 마련해 경주의 답사 명소 만든 10여년의 기록을 지역 문화활동가인 양희송씨가 갈무리한 책이다.



‘활용이 곧 보존’이라는 큰 원칙 아래 ‘문화유산으로 불편하고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누리는 마을’이자 ‘문화유산 정비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마음을 움직여 가는 사업’을 실천해온 진 원장의 남다른 의지와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책 추천사에서 그가 주도한 서악마을 문화재 돌봄 사업은 옛 유산이 지역 사람들에게 문화적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만들었으며 국가유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320쪽.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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