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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직장갑질금지법 도입 5년…10명 중 6명 ‘괴롭힘 줄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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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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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국내에 도입된 지 5년이 된다. 2019년 7월 직장에서의 괴롭힘 사건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안에 들어왔다.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법 시행 뒤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이 60.6%로 긍정적 응답이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 경험하거나 본 적 있다는 이는 32%로, 2019년 9월 이 단체가 같은 설문을 했을 때의 44.5%에 견줘 12.5%포인트 줄었다. 이런 성과에도 법이 가진 한계와 행정 미비로 직장 내 괴롭힘이 끊이지 않는단 지적이 나온다.



“6월19일 퇴사 의사를 밝혔더니 7월31일까지 일을 마무리하라고 한다. 오늘 퇴직금을 요청했더니 폭언을 하며 7월31일까지 일해라, 근로 지시 확실히 하겠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저주하겠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이 안 되나?”



지난 12일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온 상담 사례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350만명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포함해 하청업체 직원이나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1000만여 명은 원청업체 직원에게 갑질을 당해도 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1대 국회 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를 개선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 뒤 조사 중이다. 근로감독관이 ‘증거로 제출한 증거자료들을 모두 출력해 이미 퇴사한 회사에 직접 제출하라. 또 대표에게 노무사를 선임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응하라고 직접 얘기하라’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때 조사 의무를 사용자한테 지우면서도 사업주나 그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담지 않았다. 입법 미비이다. 그 틈을 뚫고 고용노동부는 애초 이 경우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토록 한 행정지침에 사용자 쪽의 민원이 쏟아지자 2023년 8월 이를 고쳐 회사의 자체 조사와 병행토록 했다.



그러자 회사 쪽이 노무사 등을 통한 ‘셀프조사’를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설문조사에서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가 23.8%에 달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근로기준법에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한다’는 규정만 넣어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때 이를 회사와 사용자의 적극적인 책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단순히 직원과 직원 사이의 갈등으로만 치부하는 관행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가중하는 요소다. 평소 직장에서 괴롭힘 예방 교육 등 활동을 충실히 하고, 사용자가 사건 발생 때 즉각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는 등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위원은 “지난 5년 노동부 신고 사건 중 기소는 0.8%, 과태료 부과는 1.3%에 그친다. 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으로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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