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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 (목)

일본 우익·자민당 조종자였던 아베, 그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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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망 2주기 되자 영향력 크게 약화
아베파 와해 위기 직면… "속박서 풀려나"
한국일보

일본 도쿄 시민들이 2022년 9월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조의를 표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같은 해 7월 8일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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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의 상징이자 집권 자민당의 거물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 2주기를 맞아 아사히신문이 11일 "아베의 '그림자'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내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 주요 인사들은 추모 행사도 각자 움직일 정도로 결속력이 크게 떨어졌고, 심지어는 아베 전 총리와 앙숙이었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아베파 의원들까지 등장했다.

"아베 추모 따로따로... 구심점 사라져"


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존재감이 줄어든 것은 사망 2주년이었던 지난 8일 여실히 드러났다. 자민당 인사들은 이날 여러 그룹으로 쪼개져 다른 곳에서 따로 그를 추모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긴테쓰 야마토사이다이지역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당해 숨졌다.

후쿠다 다쓰오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8일 아베 전 총리가 잠든 야마구치현 나가토시 묘지를 20여 명과 함께 찾았다. 세코 히로시게 전 참의원 간사장은 아베파 참의원 30여 명과, 다카토리 슈이치 중의원은 당내 '보수단결회' 소속 의원들과 피격 사건 현장을 각각 방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올해 추모는 세 그룹이 나눠서 진행할 정도로 (아베파의) 구심점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한 남성(빨간선 타원 속 인물)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나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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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파는 자민당 내 최대 계파로서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리직에 오른 것도 아베파의 지원 덕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무기로 8년 9개월(재임기간 3,188일) 동안 총리직을 맡았다. '최장수 일본 총리'도 그의 기록이다. 2006년 당시 52세에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뒤 실정과 건강 악화로 1년 만에 퇴진했으나, 5년 후인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2차 집권 시기에는 7년 9개월간 일본을 줄곧 이끌었지만, 2020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물러났다.

'아베 앙숙' 이시바 지원하는 아베파 인사도


아베파의 영향력은 아베 전 총리가 사라지면서 급격히 약화됐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터진 뒤 후원금 유용으로 가장 많은 비자금을 모은 계파가 아베파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기시다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로 '계파 해체'를 선언하면서 아베파도 공식 해체됐다.

계파 와해 위기에 거리를 두려는 아베파 정치인도 늘고 있다. 아베파 내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당 총재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생전의 아베 전 총리와 각을 세우며 아베 정권을 비판했던, 당내 몇 안 되는 인사다. 아사히는 "아베파는 수장이 사라진 뒤 덩치만 겨우 유지할 정도"라며 "아베 2차 정권 때 요직을 맡았던 측근들도 '이제 아베 전 총리의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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