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대피령… '무차별 공습' 공포 확산
미국 '500파운드 규모' 대형 폭탄 이 지원 재개
팔레스타인인들이 10일 가자지구 북부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돼버린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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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가자시티 전역에 대피령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최근까지 남부에 집중됐던 공세가 가자 북부로 재확산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가자시티 내 모든 사람들이 위험한 전투 지역에서 탈출하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을 도시에 살포했다.
1차 대피령 땐 주거지역 무차별 공습
전단을 받은 가자시티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이 명령을 사실상 '무차별 공습 예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개시하며 가자시티에 대피 전단을 뿌린 뒤 수개월 동안 주거지를 포함한 도시 전역에 대규모 항공폭탄이 쏟아져 내렸다. 이미 가자지구 전역이 포화에 시달리고 있어서 '안전 대피'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수차례 집을 떠나 피란민이 됐다"며 "(대피령은)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도시 가자시티 내 자발리야 난민촌이 지난해 10월 31일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아 초토화돼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 난민촌에 2,000파운드(약 907.1㎏) 대형 항공폭탄 최소 2발을 떨어뜨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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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대화가 겨우 재개된 와중에 공세를 강화한 데 따른 비판도 쏟아졌다. 이달 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협상 조건을 일부 완화한 뒤 이스라엘은 중재국인 미국 이집트 카타르 당국자들과 이날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되레 공세를 강화하면서 협상 결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8일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스라엘은 다음 날인 9일 가자지구 남부도시 칸유니스의 학교를 공습해 최소 30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500파운드나 2000파운드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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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500파운드(약 226.7kg) 규모 폭탄을 다시 공급할 방침이라고 이스라엘 매체 채널12가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우려 탓에 지난 5월 대형 폭탄 지원을 중단했는데, 규모가 더 큰 2,000파운드(약 907.1kg) 폭탄 지원만 보류한 채 500파운드 폭탄은 다시 인도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 소속 재닛 아부엘리아스 연구원은 미 워싱턴포스트에 "인구가 밀집된 가자지구에서는 500파운드 폭탄 역시 2,000파운드 폭탄 못지않은 민간인 사상자를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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