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 2.4%…목표 수렴하고 있다면서도
환율·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불안에 금리동결
"외환시장·가계부채 등 영향 점검할 필요 있어"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5% 수준으로 동결했다.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하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급증 조짐을 보이는 데다 환율도 여전히 불안해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다른 방향성을 보이면서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조율 중인 한은의 고심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향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세와 성장·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는 안정세가 완연하다. 4월 이후 3개월 연속 2%대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개월 만에 최저치인 2.4%까지 내려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조건으로 언급한 '하반기 2.3~2.4% 흐름'에 근접해 있다.
한은은 이날 '경제 상황 평가'를 내고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의 기조적 하향,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할 때 둔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지표는 내수 부진 여파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는 9만6000명으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만명을 밑돌았다. 한은은 "취업자 수가 5~6월 큰 폭으로 둔화한 것은 건설 경기 부진과 소비 회복 지연 영향"이라며 "취업자 수 연간 증가 폭은 지난 전망인 26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릴 명분이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개최 전부터 '8월 인하설'을 띄우는 등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가계대출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게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부채 잔액은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누계로는 20조5000억원 늘어 2021년(41조7000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금통위도 "주택 매매 가격을 보면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수도권은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이 지속되는 등 관련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불안이 여전한 것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오가는 가운데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현 2%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추가 절하돼 외환 유출 위험이 커진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외환시장과 가계부채 등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통화정책의 제1목표인 '물가 안정'은 상당 부분 이뤘으나 제2목표인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 인하 시기 선택을 앞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중 남은 금통위는 8월과 10월, 11월 등 세 차례다.
이 총재는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돼 고통받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6월 물가가 2.4%로 낮아지는 성과를 거둔 건 고금리를 유지한 통화정책의 기여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를 언제 할지, 고금리 정책을 언제까지 이어갈지에 따라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정도가 다르다. 복합적 요인을 고려해 균형적인 시각에서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물가 안정을 이루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서민지·장선아 기자 sunris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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