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심의자료 아전인수 해석…남은 심의 일정 촉박, 공익 안 표결로 결정될 듯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서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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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시장판 흥정식 최저임금 심의가 되풀이되고 있다. 남은 심의 일정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도 표결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전날 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을 처음으로 논의했다. 노동계는 최초제시안으로 올해보다 27.8% 오른 1만2600원을 내놓은 뒤 1차 수정안에서 요구액을 1만1200원(13.6% 인상)으로 내렸고, 경영계는 최초제시안에서 동결안을 내놓은 뒤 1차 수정안에서 요구액을 9870원(0.1% 인상)으로 올렸다.
공통적인 요구액 산출 근거는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다. 문제는 노·사 모두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평균 가구원 수가 2.27명인 점을 근거로 근로자 생계비가 아닌 가구 생계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는 평균 생계비에는 고소득층이 포함돼 있으므로 저분위 근로자 생계비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심의자료를 양측이 유불리에 따라 달리 해석하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계는 최초제시안을 1차 수정안에서 요구액을 1400원 내리며 최초제시안의 적정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경영계의 요구도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 경영계가 2008년(적용연도) 이후 최초제시안에서 인상안을 내놓은 건 2018년 한 해뿐이다. 2010년, 2020년, 2021년에는 삭감안을 제시했다. 나머지는 동결 요구다. 경기, 물가 등과 무관하게 관성적으로 삭감 또는 동결을 요구해왔다.
노·사는 매년 이런 식으로 각각 대폭 인상을 요구하다 조금씩 요구액을 내리고, 동결을 요구하다 조금씩 요구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협상해왔다. 흥정에 실패하면 표결을 통해 다수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래 노·사·공이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건 7차례뿐이다. 통상 최임위는 최종제시안에서 노·사 요구액 차이가 크지 않을 때 노동계 안과 경영계 안을 복수로 표결에 부쳤고, 요구액 차이가 클 때는 공익위원 안을 단독 표결했다. 노·사·정 각각 9인씩 동수 구성된 최임위에서 노·사는 각각의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따라서 노·사 안을 표결하든, 공익위원 안을 표결하든 결국은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정하는 구조다.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공익위원 안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법’상 최임위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고용부 장관은 10일간 노·사 양측으로부터 이의신청을 받은 뒤 8월 5일까지 다음 해 적용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의신청이 제시되면 이를 검토해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최임위가 심의를 끝내야 하는 마지노선은 현실적으로 다음 주다. 남은 일정이 촉박해 최종제시안에서도 노·사 입장 차가 좁혀지기 어렵다.
한편, 정부는 흥정식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개선하고자 2019년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했으나, 이 개편안은 국회로 넘어가 흐지부지됐다.
[이투데이/세종=김지영 기자 (j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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