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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AI 접목해 질병 상관관계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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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도신호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니키 컨트랙터 암웨이 임원 인터뷰

[도신호 교수] ‘미네르바’ 플랫폼 개발… 비만-당뇨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

[컨트랙터 박사] ‘거트 프라이밍’ 논문… 건강한 노화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동아일보

도신호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왼쪽)와 니키 컨트랙터 암웨이 글로벌 영양 R&D 임원이 지난 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면 질병을 치료하기에 앞서 먼저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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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우울한 이유가 그동안 먹은 ‘나쁜 음식’ 때문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그 영향이 많고 적을 수는 있겠지만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건강 상태가 바뀌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다. 우리 신체 안에 사는 미생물 집합체를 의미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95%가 장에 서식하며 소화, 면역력, 혈당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에는 치매,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설사 등 장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도신호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와 니키 컨트랙터 암웨이 글로벌 영양 연구개발(R&D) 임원(면역학 박사)을 공동 인터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의료영상 분석 센터장인 도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미네르바’ 플랫폼을 개발했다. 컨트랙터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식물 영양소 등을 보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학술대회에서 어떤 발표를 했나.

도 교수 “마이크로바이옴이야말로 AI가 꼭 필요한 분야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수가 너무 많고 처리 데이터가 방대하다. 이해와 분석을 위해 AI만큼 적당한 도구가 없다. 이번에 개발한 미네르바는 ‘GPT’를 활용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도서관에 있는 5년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자료 약 12만 개를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지식 그래프로 변환했다.”

컨트랙터 박사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하려고 한다. 우리가 먹는 식품이 어떻게 장에서 소화 분해되고 장내 박테리아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걸 이해해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진다. 설령 건강에 좋은 식품도 자신의 마이크로바이옴과 맞지 않을 때는 섭취 방법을 바꾸거나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식이다.”

-AI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도구인 미네르바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도 교수 “지금까지 풀지 못한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떤 질병과 연관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폐증을 겪는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은 환자가 아닌 사람과 다르다. 지금까지는 단지 ‘다르다’는 것만 알 수 있었는데 해당 분석을 활용하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비만,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 연구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를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AI를 접목한 사례가 없었나.

도 교수 “내가 알기로는 없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어렵고 복잡한 데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현재 미네르바를 과학 저널인 ‘네이처 메소드’에 제출한 상태다.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암웨이 등과 함께 연구한다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사람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마다 적절한 마이크로바이옴 처방을 찾아내 상업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도 교수가 AI를 활용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고 그 정확도를 끌어올린다면 관련 업계의 연구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도 교수는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자동차 기어 1단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 5, 6단까지 끌어올리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암웨이에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얼마나 있나.

컨트랙터 박사
“올해 5월 기준 한국인 4만8000명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한국암웨이의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인 ‘마이랩 바이 뉴트리라이트’를 섭취한 사람들의 데이터로 이 중 약 7000개는 6개월 주기로 체크한 연속성 데이터베이스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으로 NIH 등 정부 기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 ‘거트 프라이밍’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컨트랙터 박사 “거트 프라이밍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밑바탕 다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반복적으로 손상되면 결국 회복력이 약화되고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식물 영양소나 프리바이오틱스 등을 다양하게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늙은 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젊은 쥐에게 이식했더니 젊은 쥐가 급격히 노화한 사례가 있다.”

-식물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컨트랙터 박사 “식물 영양소가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데이터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 암웨이는 뉴트리라이트를 만든 칼 렌보그가 1930년대에 중국을 방문해 약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뒤 식습관으로 채우기 어려운 식물성 추출물을 캡슐, 태블릿 형태로 만들어 판매해 왔다. 90년 넘게 연구를 진행해 온 통찰력 덕분에 지금도 식물 영양소에 계속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앞으로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될까.

컨트랙터 박사 “치매와 같이 나이가 들면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질병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파킨슨병,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증)도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있다. 이런 질병은 약물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정 질병이 발병하기 전에 마이크로바이옴이 바뀌는 과정을 관찰하고 늦기 전에 치료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도 교수 “한국은 장에 좋은 김치나 청국장 등 발효식품과 관련해 오랜 식문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강국이란 얘기다. 앞으로 여기에 AI를 접목한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세계적인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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