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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1 (일)

빗속 뚫고 3천명 ‘빨간 띠’ 둘렀다…삼성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에 외신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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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차질 무조건 달성”
3천여명 빗속 머리띠 둘러
15일부터 2차 총파업 엄포

업계, 반도체 생산차질 우려
외신 “파업, 삼성에 타격주고
유사한 노동운동 자극할 것”


매일경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삼노는 사흘간 진행되는 총파업에 조합원 6540명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장에는 경찰 추산으로 3000여 명만 참여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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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1시, 삼성전자 노조 집회가 열린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 우천 속에 검은색 우비를 입고 빨간색 머리띠를 두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노조원 3000여명(경찰 추산)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개회선언, 구호 외치기, 임을 위한 행진곡·파업가·단결투쟁가 제창, 조합원 현장발언, 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현장이다.

전삼노는 이날부터 10일까지 무임금 무노동 총파업을 강행한다. 노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늘 15일부터 닷새 간 2차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엄포도 놨다.

전삼노는 △2024년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855명을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하는 모든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 조합원은 약 3만명으로 전체 직원(12만5000여명) 24% 수준이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기흥·평택·천안·온양·구미·광주사업장에서 조합원 6540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설비·제조·개발 직군에선 5211명이 파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반도체 설비·제조·개발 직군에서만 5000여명 이상 인원이 왔으니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 주장했다. 근로자 복지 향상보다는 회사에 피해주려고 집회 현장에 나왔다는 부분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노조는 노사협상 진행상황에 따라 2차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삼노는 “사측이 10일까지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으로도 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반도체 15조원 영업적자 수렁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반등을 도모하고 미래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에 집중해야할 중대한 시기에 노조가 “생산 차질”로 압박하며 거리로 나선 것에 대해 국내외 삼성전자 투자자, 고객사, 외신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사측은 이날 실제 총파업참가 인원이 6000명에 미치지 않고 당장에 생산 차질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노조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회사 기업가치와 생산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 위기와 경쟁력 훼손을 염려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번 파업은 자해”라며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돼야 하는데 파업으로 멈추면 노사 모두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장기 총파업으로 손을 놓고있다가 AI반도체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시기를 놓치면 역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더라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중장기 로드맵 실현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고객사와 신뢰 관계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는 인텔은 무(無)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삼노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뢰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전삼노가 민주노총과 연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외부 세력 유입을 놓고 삼성 초기업노조뿐 아니라 전삼노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외신들은 삼성노조 총파업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례없는 노조 총파업이 삼성에 타격을 주고 기술산업 전반에 유사한 노동운동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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