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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1차는 마음, 2차는 이성으로 투표”… 총선 대역전극 만든 프랑스 결선투표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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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5Q]

조선일보

프랑스 좌파 연합 중 하나인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퀴르 멜랑숑(72) 대표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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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프랑스 총선 결선(2차)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3위로 밀려나고, 2위였던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1위로 올라섰다. 1차 투표 때 3위였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 앙상블은 2위가 돼 참패는 면했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극우는 막아야 한다”며 좌파 연합과 범여권이 후보를 대거 단일화한 결과다. 이런 대반전극은 프랑스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Q1. 프랑스 결선투표는 어떻게 치러지나

프랑스 총선은 1차 투표 당일 ①과반의 표를 얻고 ②동시에 (이날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전체 유권자 중 25% 넘는 표를 얻을 경우에만 당선이 확정된다. 1차 때 당선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 1·2위 및 투표 당일 12.5% 넘게 득표한 후보들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결선투표 때는 단순하게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이번 프랑스 총선은 전체 577석 중 87%인 501석이 결선투표에 갔다. 프랑스는 대통령·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Q2. 이렇게 복잡한 제도를 채택한 계기는

프랑스는 1958년 제5공화국 수립과 함께 결선투표제를 헌법에 못 박았다. 이전까지 프랑스는 의회 내 권력 다툼에 따라 정권이 극에서 극으로 요동치면서 심각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특히 1954년 이후 이어진 알제리 전쟁이 식민 통치를 둔 극우·극좌 세력의 극심한 갈등 및 극단주의의 득세로 이어져 국정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대통령에 오른 샤를 드골은 당시 정치적 안정을 위한 개헌을 하면서 총선·대선 등에 결선투표를 도입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Q3. 정치 안정과 결선투표가 무슨 관계인가

결선투표제는 극단주의의 집권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로 꼽힌다. 극우 혹은 극좌 성향 정당은 보통 사회의 광범위한 호응을 받기보다는 일부 열렬한 지지자의 결집으로 세력을 형성해가는 경우가 많다. 결선투표가 없다면, 이번 프랑스 총선처럼 다수의 정당이 출마할 경우 전체 유권자 중 20~30% 정도의 낮은 지지만 받더라도 다른 후보들의 표가 갈리며 극단 성향 정당이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결선투표라는 ‘안전장치’를 해두면 최종 후보가 둘 혹은 셋 정도로 좁혀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극우·극좌를 꺼리는 후보들이 연합하고 유권자들은 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극단주의를 저지할 기회를 얻는다.

◇Q4. 실제로 이런 취지대로 작동을 하나

이번 총선이 전형적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7일 결선투표는 극우 성향 RN이 지난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정당 중 1등을 한 후 마크롱이 전격 조기 총선을 선언하고, 총선 1차 투표에서도 RN이 가장 높은 득표를 한 후에 치러졌다. 1차 투표 때 RN의 득표율이 33%로 가장 높고, 좌파 연합이 28%, 앙상블이 20%였기 때문에 프랑스 언론들은 이 결과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결선투표도 RN이 최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1차 투표 결과는 3분의 2 정도가 RN을 찍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크롱의 앙상블과 좌파 연합은 결선투표 전 한 주 동안 ‘극우를 막자’며 빠르게 연합했다. 둘 중 1차 득표율이 높은 쪽으로 후보를 합쳤다. 르몽드는 “(극우를 막으려는) 이른바 ‘공화국 전선’의 형성으로 NFP에서 총 134명, 범여권에서 82명이 사퇴했다. RN과 맞붙은 280여 개 선거구 중 200개 이상에서 1대1 대결이 벌어졌고, RN 후보가 대거 낙선했다”고 분석했다. RN을 꺼리는 다수 유권자가 눈 딱 감고 ‘연합 후보’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결과적으로 RN엔 참패를, 좌파 연합과 앙상블엔 ‘선방’이라는 결과를 안긴 것이다. 프랑스엔 “1차 투표는 마음으로 하고, 2차 투표는 이성으로 한다”란 말이 있다. 1차 투표에선 자신이 진심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2차 투표에선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Q5. 부작용은 없나

결선투표에서 일부 유권자는 ‘최선’ 대신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봉착한다. 1차 투표에서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탈락하거나, 결선투표에 간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양보하고 사퇴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덜 나쁜 후보’를 고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차악의 후보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 노선과 맞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번 프랑스 총선의 경우 결국 마크롱의 앙상블과 좌파 연합이 합치기는 했지만 두 정당의 노선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마크롱은 연금 파산을 막기 위해 연금 수급 개시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미뤘는데, 좌파 연합의 공약은 이를 이전보다 더 이른 60세로 돌린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을 14% 인상하고 자유시장 원칙을 깨고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좌파 연합의 공약도 마크롱의 친기업 기조와는 정반대다. ‘극우만은 막아야 한다’고 믿는 유권자들은 하지만 이런 정책의 충돌과 무관하게 ‘남은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다.

전국 지역구 중 상당수에서 두 번 선거를 치르는 데 따른 비용 문제도 총선 결선투표제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주요국 중에 총선 결선투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프랑스 정도다. 대선은 결선투표를 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핀란드·포르투갈·브라질·튀르키예·이란 등이 결선투표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방선거 때 결선투표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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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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