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 가지는 타협 불가" 으름장
"네타냐후는 협상 무산 원해" 성토 나와
이스라엘 시위대가 7일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촉구하며 조명탄을 밝히고 있다. 텔아비브=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곧 재개될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앞두고 네 가지 '타협 불가(nonnegotiable)' 조건을 내걸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끝까지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마스가 휴전안에 '영구 휴전' 명시를 포기하면서 휴전 협상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사실상 훼방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마스 물러서자마자… 이스라엘 '요구 공세'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네 가지 '타협 불가'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먼저 ①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돌아와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싸우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하마스가 원하는 '영구 휴전'을 잘라 거부했다. ②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무기를 밀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야 하며 ③수천 명 무장 테러리스트(하마스)가 가자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아야 하고 ④하마스에게서 석방되는 생존 인질 수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성명은 "이스라엘이 동의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환영한 이 계획은 이스라엘이 전쟁의 다른 목표를 침해하지 않고 인질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끝맺는다. 미국 정부가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이 토대가 될 것이라는 언급이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8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지나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요구는 하마스의 '일보 후퇴'로 휴전 협상 재개가 예정된 가운데 공표됐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하마스가 고집해 온 '영구 휴전' 요구를 포기했다고 6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마스는 '영구 휴전을 배제한 군인·남성 포함 이스라엘 인질 석방' 협상을 시작하자는 미국 제안을 받아들이며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TOI는 이스라엘 협상단이 이번 주 중 휴전 협상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구 휴전' 요구를 고수해 온 하마스와 '일시 휴전'만 가능하다는 이스라엘 간 입장차는 휴전안 타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하마스가 결국 '휴전부터 하겠다'며 주장을 굽힌 셈이다. 익명의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에 "(즉각 영구 휴전을 약속받는 대신) 6주간의 1단계 협상에서 영구 휴전을 달성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타결엔 강력한 청신호로 해석됐다.
"네타냐후, 휴전 협상 방해해 와"
이스라엘 시위대가 7일 예루살렘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인질 석방 협상에 미온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한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칭), 멈추라'는 문구가 팻말에 적혀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이번 성명 발표 후 이스라엘 내부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을 좌초시키려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익명의 보안 담당자는 "네타냐후 총리는 거래(휴전안 타결)를 원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에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열의나 의지"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네타냐후 총리가 대표단 출국 직전에 협상의 간극을 강조하는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채널12는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최근 몇 달간 네타냐후는 공개 선언, 은밀한 의사소통 또는 협상단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법을 통해 휴전 협상 진전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본인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휴전 협상을 훼방 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파는 휴전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이 이탈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을 이어가기 어렵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