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나흘만에 2.2조 급증
서울 아파트값 15주 연속 상승세
국내외 증시 활기로 '마통' 증가
스트레스DSR 2단계 연기도 한몫
채권금리따라 주담대도 동반하락
"대출 건전성 모니터링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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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서 더 급증하고 있는 것은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증시까지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재연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 당국이 예정됐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연기한 것이 규제 강화 전 대출을 받고자 하는 ‘막차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지역에서 매매된 아파트 거래량은 2만 35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8027건)보다 30.8%(5551건) 급증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 이달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 주간 0.2% 오르는 등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 9588만 원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22년 4월(11억 5778만 원)을 훌쩍 넘겼다.
이같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 회복세가 서서히 나타나자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또다시 매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공포심(FOMO)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대출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사실 대출 증가의 원인을 한 가지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는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대출 증가로 이어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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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과 함께 최근 국내외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달 들어 나흘간 2조 원이 넘게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났는데 특이하게 신용대출 잔액 증가 폭이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 폭을 압도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월평균 신용융자 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5일 금융 당국이 예정됐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을 미룬 것 역시 서둘러 금융소비자들이 대출을 실행하도록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정대로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이 시행됐다면 시장에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와 관련한 의지를 보일 수 있었는데 뒤로 미루면서 당분간 대출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 이 때문에 규제 강화 전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막차 수요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도 있지만 DSR 규제를 연기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며 “DSR 규제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대출 증가의 고리를 끊어놓았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계대출의 고삐가 풀리고 있지만 다시 옥죌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가산금리를 올려 금리 인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보려고 했지만 은행채 등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중금리가 내려오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454%였지만 이달 5일에는 3.396%로 오히려 0.058%포인트 하락했다. 그 기간 사이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주담대 금리를 인상해봤지만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하락하게 됐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5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370% 수준으로 지난달 21일(연 2.940∼5.445%)과 비교해 상단이 0.075%포인트, 하단이 0.040%포인트 낮아졌다.
이 때문에 은행권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시장에 좀 더 명확한 신호를 주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지만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가계대출 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시그널이 줘야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이 올해 시행하기로 했지만 계속 미뤄온 전세대출의 DSR 포함 여부도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거래량이 늘기는 했지만 10년이나 13년 전 거래량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지금이 거품이라거나 지나치게 활성화된 것도 아니다”라며 “부동산 시장 규제보다는 가계대출 건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박지수 기자 sy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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