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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첫 선고 앞둔 선거법 재판, 쟁점은? [이재명 재판 취재파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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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사건 중 첫 선고 예정에 촉각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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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대북송금' 추가로 4개 재판…진행 상황
-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무슨 혐의
① "고(故) 김문기 전 처장 몰랐다" 발언 / ②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국토부 압박 탓" 발언

- 재판 경과
①"김 전 처장 몰랐다" 발언 공방 / ②"국토부 압박 탓" 발언 공방
- 선고 결과에 달린 운신의 폭
- 법정 기한 4배나 넘긴 선고

"9월 6일 오후 2시에 마무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 재판의 증인신문이 모두 종료된 6월 28일 저녁 6시쯤, 재판장이 결심 공판 기일을 공식화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이 낸 서류 증거에 대한 조사와 피고인 신문을 거쳐 9월 6일, 선고만 남겨두고 이 사건 재판 절차를 마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 구형과 피고인 측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이 있을 결심공판이 9월 6일에 열리면, 선고 기일은 통상대로라면 10월쯤이 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지난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이 전 대표가 기소된 것 가운데 이 사건 재판이 2022년 10월 준비절차를 열며 먼저 출발했는데, 가장 앞서 1심 판결이 내려지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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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추가로 4개 재판…진행 상황



총 7개 사건으로 기소된 이 전 대표는 4개 재판의 피고인 신분입니다. 공직선거법 사건 말고도 여러 건을 합쳐서 진행 중인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또 최근인 6월 12일 기소돼 아직 시작하지 않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있습니다.
운을 떼지 않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뺀 나머지 3개 재판은 올 5, 6월에만 각각 8차례씩 총 16차례 열렸습니다. 여러 사건을 뭉쳐 심리해 가장 복잡한데다가 부를 대상도 많아 1심 선고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평가되는 대장동 재판이 10차례,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 마찬가지로 올해 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이는 위증교사 재판이 2차례, 끝이 보이는 공직선거법 재판이 4차례 있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 가운데 10차례 법정에 나왔습니다. 나머지 6차례는 병원 치료와 본회의 일정 등 여러 사유로 재판부의 허가를 받고 빠졌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5월 마지막 주와 6월 셋째 주였습니다. 서로 다른 3개의 재판이 한 주에 각각 하루씩, 두 주 동안 6차례가 연달아 열렸기 때문입니다. 두 주 모두 1차례씩 빠졌지만, 형사재판의 피고인 출석 의무대로 모두 출석했더라면 주중 5일 중 3일을 여의도가 아닌 서초동에서 보냈어야 했던 겁니다. '주중 3~4회 재판'이란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인데, 조만간 대북송금 재판까지 막이 열리면 재판 부담은 더해질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온 첫 선고는 더 주목을 끕니다. 상급심이 남았지만, 유·무죄를 가릴 1심 결과는 다음 대권을 노리는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타를 입히거나, 반대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판도를 바꿀 변곡점이 될 거란 얘깁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무슨 혐의?



먼저, 결심을 앞둔 공직선거법 재판에선 지난 1년여 간 어떤 쟁점을 다퉈왔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돌리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습니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이목이 집중된 때 검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담당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 하고, 백현동 개발부지의 이례적 4단계 용도 상향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이 결정해 내린 지시가 아닌 국토교통부의 압박 탓이었다며 '거짓말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 (허위사실 공표죄)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ㆍ가족관계ㆍ신분ㆍ직업ㆍ경력 등ㆍ재산ㆍ행위ㆍ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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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故) 김문기 전 처장 몰랐다" 발언



배경은


이 전 대표는 변호사이자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습니다. 김문기 전 처장은 2013년 11월 성남시 산하기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습니다. 이후 시장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위례신도시와 대장동 개발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핵심 실무를 맡았습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의혹이 2021년 9월 민주당 내 경선 기간 중 불거져 선거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뒤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2021년 12월 21일 숨졌습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숨진 직후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이 전 대표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게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기소했습니다. 떠들썩했던 대장동 의혹과, 수사 받던 김 전 처장의 죽음으로 '윗선'을 향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이와 거리를 두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했단 겁니다.
◇"김 전 처장 몰랐다" 기소 대상 발언

2021년 12월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제가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요. 하위 직원이었으니까요. 그때 당시 아마 팀장이었을 겁니다."

2021년 12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제가 실제로 하위 직원이라서 기억이 안 나고요. … '인지를 못 했다' 그 뜻이지요."

2021년 12월 27일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그 사람을 제가 시장 때 만났던 기억은 없는 거예요, 제 기억에. 왜냐하면 하급 실무관이었으니까. 제가 그것을 숨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
"하위직 실무자인데 같이 갔으면 그 사람이 얼굴이야 제가 봤겠지만, 그 사람이 이 사람인지를 어떻게 압니까?"





검찰 시각은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변호사이자 민주당 부대변인 시절인 2009년부터 김 전 처장을 일찍이 알았고, 시장이 된 뒤로는 업무를 함께 하거나 보좌받아 모를 수가 없다고 의심합니다.
건설사에 다니던 김 전 처장을 2009년 6월 리모델링 제도 건으로 처음 알게 됐고, 그해 8월 정책세미나, 12월 국회 정책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단 겁니다. 세미나 직후에는 김 전 처장이 근무하던 건설사에 이 전 대표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도록 요청하며 변호사 사무실 주소를 알려준 점도 정황 증거로 들었습니다.
특히 강조한 건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다녀온 9박 11일간의 호주-뉴질랜드 출장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의 참여를 검토하라'는 이 당시 시장 지시로 명단에 없던 김 전 처장이 포함됐고, 함께 출장 중 골프를 치는 등 공식 이외 여가 일정까지도 함께 했단 겁니다.
출장 직후인 2015년 2월 김 전 처장이 시장 공약사항이던 대장동 개발사업 담당을 맡게 된 시점에도 주목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장동 사업 공로로 성남시장상을 탔고, 이후 이 시장에게 10차례 안팎의 대장동 관련 보고나 회의를 한 점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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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국토부 압박 탓" 발언




배경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 중 약 10%를 차지하는 수도권에는 2019년부터 인구 절반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과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해소해야할 과제입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개발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본구상' 발표로 본격화됐습니다. 2005~2019년까지 '1차 이전'으로 수도권에 있던 153개 공공기관이 터를 옮겼습니다.
이 가운데 2006년 6월 이전 대상으로 선정된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 백현동에 있던 청사 소재지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식품연구원은 이전자금 마련을 위해 청사와 부지를 민간에 팔기로 했습니다. 2011년 8월부터 2년여에 걸쳐 8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용도지역이 녹지지역인 상태로는 아파트 등을 짓기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진단 이유로 번번이 유찰됐습니다.
그러던 중 정바울 대표가 이끄는 부동산 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가 해당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세우겠다며 식품연구원에 매수 의사를 밝혔습니다. 2014년 1월에는 식품연구원과 '2,140억 원에 부지를 아시아디벨로퍼에 매각하고, 아시아디벨로퍼는 백현동 부지 활용을 위한 각종 인허가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MOU)도 썼습니다.
본격 개발 사업에 나선 아시아디벨로퍼는 자연녹지였던 식품연구원 부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로 2단계 상향해달라고 2014년 두 차례 성남시에 요청했습니다. 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이듬해 1월에는 과거 이 전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본부에서 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했고, 3차 용도변경 신청을 냈습니다. 시는 불가 입장에서 선회해 이를 수용했습니다. 같은 해 9월,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는 계획을 고시했습니다.
용도변경 4단계 상향이 '사업자 특혜 의혹'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있던 2017년 4월,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이던 한 시의원이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입니다. 논란이 거세진 건 4년여 뒤인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 보도가 쏟아진 대선 경선 당시였습니다.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용도변경에 측근인 김인섭 전 대표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에 부인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해 압력에 따라 용도변경을 한 것'이란 취지로 답했고, 이 답변이 문제 시 됐습니다.
◇"국토부 압박 탓" 기소 대상 발언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청 회의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토교통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 국토교통부에서 저희한테 다시 이런 식으로 압박이 왔는데,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보면 43조 6항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 나머지 백현 이 부분은 그냥 아파트 분양하겠다고 해서 저희가 해 주지 마라라고 버티다가 … 용도를 바꿔 준 것은 국토교통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고."





검찰 시각은


검찰은 대선 경선을 치르던 이 전 대표가 4단계 용도변경 특혜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고 따랐을 뿐이란 거짓말을 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실제론 자신이 상향을 지시했지만 주도하지 않았다고 꾸미려는 의도가 있었단 겁니다.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성남시가 적의 판단하라'는 취지 공문을 수차례 보낸 것은 맞지만 강요하는 취지가 아니었고, 조사해보니 압박을 가하거나 받은 자, 이를 들었다는 자도 없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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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경과



선거에서 유리하려고 김문기 전 처장을 알았는데 몰랐다고 했는지,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부 압박으로 이뤄진 것이라 거짓말 한 건지 다투는 이 사건 재판은 통상 2주에 한 번 꼴로 열려왔습니다. 2022년 10월 중순부터 열린 4차례 준비기일을 빼면 지난해 3월 초 1차부터 24차례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이 전 대표 측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①"김 전 처장 몰랐다" 발언 공방



먼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과 관련해선 재판에서 지난해 10월쯤까지 다뤄졌습니다.
이 전 대표 측은 3월 첫 공판부터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은 사실의 영역이 아닌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하려면 공표 대상이 '사실'이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을 '안다'거나 '모른다'는 건 주관적 인식의 영역에 있어 증명 자체가 불가능한 표현이란 겁니다. 이 당시 시장이 김 전 처장을 '본 적이 있다'고 해서 '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공식석상과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 당시 시장이 김 전 처장을 "사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검찰의 기소 자체가 억지라는 입장도 줄곧 관철해왔습니다.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것을 검찰이 마치 '김 전 처장을 만나거나 보좌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것처럼 입맛대로 바꿔 해석해 기소했단 겁니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기간만 8년에, 산하기관까지 합쳐 거느린 성남시 공무원만 4,000명, 김 처장과 같은 팀장급은 600명이라며 한 명 한 명 다 기억할 순 없단 점도 강조했습니다.
또 설령 다소 기억이 부정확하더라도 허위사실이라 볼 순 없단 점도 들었습니다. 특히 자료를 봐가면서 말하지 않고 방송이나 토론회, 대담 등 즉흥적인 상황에서 기억에 의존해 발언할 때는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기 어렵단 주장입니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처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가 단순히 상급자와 하급자의 업무상 관계가 아니라고 반박해왔습니다. 김 전 처장의 당시 직급이 사장과 본부장, 실장급을 제외하면 최고위직에 해당해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의 '하위 직원'이 아니었고, 해외여행 중 여가시간에 골프를 같이 칠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로 보인다는 정황 증거도 댔습니다. 특히 골프장에서 이 전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카메라 앵글에 나란히 잡힌 사진과 영상이 제시돼 자주 거론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찍힌 사진과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은 눈 한 번 마주친 적이 없다"며 "이 전 대표는 골프를 함께 친 사람이 김 전 처장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이라고 재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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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증언도 여럿 나왔습니다. 주로 김 전 처장이 이 당시 시장과 가까웠다는 취지로 말한 걸 들었단 내용이었습니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은 지난해 7월 증인으로 나와 "주말이든 평일이든 가끔 본가에 가 있으면 아버지가 전화를 받고, '누군데 방에 들어가서 받느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2018년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려고 간 적이 있는데, 아버지가 '이쪽 시장실에 들어가서 계속 보고한다'고 말씀하신 게 정확히 기억이 난다"고도 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4월 증인으로 나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대장동 개발 시행사 '성남의 뜰' 관련 보고를 마치고 나와 "민간 개발사와 부제소 특약(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단 약정)을 맺은 부분을 두고 이 시장이 '굉장히 잘 처리했다'고 칭찬했다고 내게 자랑했다"고 말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도 6월 증인석에서 '김 전 처장이 이재명 시장이 뭔가를 물어본 적이 있다고 자랑하듯 말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김 전 처장과 이 시장이) 연락하는 사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조사에서 진술했었는데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며 "시장님이 직접 전화했다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모른다'는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한 건지도 선고기일에서 가려질 재판부의 판단 영역입니다. 이 전 대표 측은 "김 전 처장에게 보고 받거나, 골프를 친 적이 있단 것은 대선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과는 무관하다"며 검찰이 문제 삼는 '허위사실'이 선거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반면 검찰은 선거에서 후보로 뛰고 있던 이 전 대표가 알면서도 모른다는 회피성 말을 통해 대장동 의혹과 김 전 처장의 죽음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 확산을 피하려 했단 점을 수사 과정부터 근간에 둬 왔습니다.

②"국토부 압박 탓" 발언 공방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는, 국토부가 압박을 가해 백현동 부지의 4단계 용도변경을 허가했다는 취지 주장의 거짓 여부를 따지는 재판 증인신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엔 당시 식품연구원 직원부터 백현동 부지 관련 업무를 맡았던 성남시청과 국토부 직원들이 잇따라 증인으로 불려나왔습니다.
"김문기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이 전 대표 개인의 경험 또는 인식에 밀접하다면, "국토부의 압박을 받았다"는 건 여러 사람이 공유한 경험 또는 인식일 개연성이 더 커 신문대에서 나오는 증언에 더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자기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증언하는 것만으로 위증죄가 성립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 기관 직원이 이를 감수하고 이 전 대표 편에서 지어내 말을 할 이유는 그다지 없습니다.
증인들은 대체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을 둘러싸고 국토부로부터 압박이나 협박을 받거나 가한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법정 진술했습니다. 성남시청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성남시청 주거환경과장으로 근무했던 전모 씨가 증인석에서 "당시 정부의 입장은 한국식품연구원이 용지를 빨리 팔고 지방으로 이전하라는 것으로, 대통령 지시사항을 추진하는 것이 국토부인데, 증인은 아무런 부담을 못 느꼈느냐"는 이 전 대표의 직접 신문에 "못 느꼈다"며 "오로지 시장의 지시사항만 따랐다"고 답한 게 대표적입니다. 당시 담당자로서 식품연구원의 용도변경 신청 접수를 반려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 등을 문제 삼겠다는 얘기를 직접 듣거나 전해들은 바도 없다고 했습니다. 올 3월 증인으로 나온 제모 전 성남시청 주거환경과장과 신모 전 부시장 역시 국토부 등 중앙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거나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만한 증언은 이 재판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이었던 6월 28일에서야 나왔습니다. 가장 최근 열린 이 공판에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홍보기획팀장이었던 오모 씨가 나왔습니다. 오 씨는 '피고인(이 전 대표)으로부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며 압박했다는 말을 들은 적 없죠'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기자실에서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화두였던 2013~2014년 성남시청 기자실에서 이 당시 시장에게 한 출입기자가 '공무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성남의 가장 큰 이슈인데 진척이 안 돼서 힘들어 한다는데 알고 있느냐'고 질문한 것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국토부가 혁신도시법 조항을 근거로 용도지역 변경을 안 하면 성남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거냐'는 검사의 재차 물음에도 "성남시 공무원이 힘들어 한다 정도로 기억한다"로 답했습니다.
성남시청을 출입처로 둔 중앙일간지 기자 김모 씨도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해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김 씨는 2014년 말이나 2015년 초쯤, 이 당시 시장이 기자실에 와서 자신에게 '국토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를 취재해보라'는 취지의 취재 요청을 했다고 했습니다. 성남시가 당시 관내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갈등을 계속 했었고,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용도변경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해 들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이 당시 시장이 국토부가 용도변경에 협조하라고)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고 하면서 '압박했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당시 시장이 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돌았고, '직무유기'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공무원이나 출입기자들이 알고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이 전 시장 외에는 이런 말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은 적은 없고, 국토부로부터 협박당했다는 말을 털어놓는 공무원을 찾을 수 없어 취재를 더 하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의 '피고인(이 전 대표)이 기자실에 들러 건넨 제보 중 허위였던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시장이 허위 사실을 던져 놓고 가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실제로 근무할 때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대표 측은 '국토부 압박' 발언의 사실여부를 떠나 법적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그 근거로는 '국회에서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은 이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는 외에 그 증언·감정·진술로 인하여 어떠한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는다'는 국회증언감정법 조항(제9조 3항)을 들었습니다. 해당 조항이 규정한 '불이익한 처분'에 형사처벌이 포함돼 허위사실 공표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진술을 강요하고, 증언 내용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회증언감정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 나와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가 유죄를 확정 받은 대법원 판례 등을 들며 "국회에 출석한 증인의 허위 진술을 처벌할 수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선고 결과에 달린 운신의 폭



올 10월쯤 내려질 1심 선고 결과는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론 설령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이 전 대표가 상소해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커 판결 확정까진 시일이 걸릴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1심에서 유죄가 나와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고, 향후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당장 다음 대선 출마로 향하는 길이 막힙니다.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입니다. 또 '의원이 법률에 규정된 피선거권이 없게 되었을 때는 퇴직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 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도 모두 뱉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전 대표 개인뿐 아니라 민주당의 운명과도 직결돼 있는 셈입니다.
반면 1심 법원이 무죄를 내린다면, 운신의 폭은 더 커질 게 분명합니다. 지난해 이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이 줄줄이 기소한 건 가운데 첫 법원 판단이 무죄라면, 서로 다른 사건 수사와 기소를 싸잡아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통한 '정치보복'이라고 강조해온 이 전 대표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공산이 큽니다. 이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1심 법원 판단이 무죄라면, 특히 중립지대에 있으며 연일 카메라 세례를 받고 법정에 드나드는 이 전 대표의 모습을 손가락질 해왔던 유권자들은 부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부채감은 이 전 대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회색지대에서 잇단 검찰 수사와 기소를 팔짱끼고 지켜본 국민 상당수가 이 전 대표 측으로 한 발짝 다가설 여지가 생길 수 있단 기대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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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한 4배나 넘긴 선고



1심 결론이 어떻게 나오는지와 별개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또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선거법 사건 재판의 1심 결론은 기소된 뒤로부터 6개월 내 '반드시' 내도록 법정 기한을 정한 겁니다. 선거법이 '하여야 한다'며 의무 규정까지 둔 건, 재판이 길어져 자칫 임기가 끝난 뒤 결론이 나오는 불상사가 생길 우려 탓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피해는 시민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





올 10월 이 사건 선고가 내려진다면, 기소 시점부터 따질 시 2년 1개월 만입니다. 법정 기한을 4배나 넘긴 셈입니다.
재판이 늘어진 배경은 다양하게 거론됩니다. 시작부터 격주에 1회씩 공판기일을 잡아 느슨하게 진행한단 비판이 있었고, 정작 그렇게 정한 재판장이 법복을 벗고 나가면서 갱신절차로 몇 달을 허비했습니다. 지난해 이 전 대표의 단식, 습격 사건 뒤 치료와 회복 등 시간이 걸린 과정을 설명하자면 들 사유도 여럿입니다.
선거법 사건을 심리해본 한 판사는 "선거법 사건이 시한을 넘기는 일이 종종 있긴 하다"면서도 "정량 비교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드물게 더 늘어진 건 맞아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법언도 있지만, 재판부는 법에 정한 조항을 어겨가며 재판이 4배나 길어진 이유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습니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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