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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북한에 3000발을 쐈다면…"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보통장군 전인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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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이 남쪽으로 포격을 한다고 보고가 들어왔다. 계획대로라면 북한으로 3000발을 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준규(육사 36기·대장) 군사령관은 즉각 포격을 명령하지 않고 확인을 지시했다. 확인 결과 레이더 오작동으로 밝혀졌다. 한국군이 북쪽에 3000발을 쐈으면 어떻게 됐을까. 북한이 목함지뢰를 설치해 한국군을 도발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후 상호 포격전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역사는 진실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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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부하들의 경애를 받는 군인이 되는 일은 능력 있는 군인이 되기보다도 어렵다. 그저 무른 사람이어서도 안 되고, 엄하고 가열 차기만 해서도 안 된다. 병사들은 누가 자신들을 진정으로 아끼는지, 또 누가 자신들을 허투루 여기는지 쉬이 알아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보통장군 전인범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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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2015년 8월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 정찰로 위에 북한군이 목함지뢰를 설치해 2명의 하사가 발목을 절단당하는 일촉즉발의 당시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관리를 했을까.

전인범(65·육사 37기·예비역 육군 중장) 전 특전사령관은 35년 간의 군 생활을 진솔하게 기록한 '보통장군 전인범'(블루픽·360쪽·2만4000원) 책을 최근 냈다. 이 책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한국군 중 미군이 가장 신뢰하는 전 전 사령관은 한미군의 의사소통 중요성도 언급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한미 사이의 협조다. 미군들은 그들만 쓰는 비밀 통신망이 있다. 외국인이 접근하지 못한다. 물론 한국군에도 외국군이 접근하지 못하는 시설이 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군 사령관이 미군 전용 장비가 설치된 방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시기에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된다. 또 한국군 합참과 연결이 돼 있더라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성공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한국군과 미군들을 만날 때마다 한미군 간의 의사소통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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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으로 재직하며 전역하는 병사들에게 경례로 배웅하던 전인범 전 장군은 병사들의 보급품을 위해 상급자 앞에서 입에 슬리퍼를 물었다. [사진=보통장군 전인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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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군의 인명사고가 잇따라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전사령관 재임 당시 실전적인 포로 극복 훈련 중 특전 부사관 여러 명이 부상하고 2명이 순직하는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지휘관의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고 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빨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유가족들은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유족만이 할 수 있는 행정 절차가 있는데, 이 과정을 도와주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끼기 쉽다. 그리고 부대에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있는 대로 말하는 것이 맞고 길게 보면 해결의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의 책임이다. 지금도 감정이 더욱 북받친다. 아직까지도 마음이 무겁다. 언젠가 하나님과 정산할 날이 올 것이다."

전 전 사령관은 군복을 벗었지만 지금도 군인적 가치를 중시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군인적 가치는 무엇인가. 결국 군인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군인복무규율에 의하면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을 견지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인정신이다. 지금까지 이런 가치관을 갖고 살았고 명예를 지키며 사는 것을 목표로 살겠다고 전역하면서 결심했었다."

전 전 사령관의 제2의 인생은 어떤 길일까.

"힘이 될 때까지 한미 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증진하려고 했다. 정직을 중심으로 미군과 진솔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후배 군인들의 복지와 기초 무기 개선에 노력하려고 한다. 반려동물과 개인 취미인 전쟁사 공부, 모형을 만들면서 노년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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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재임 당시 훈련 중 2명의 특전 부사관을 잃는 고통을 겪었다. 전 전 사령관은 "부대에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전 전 사령관은 "당연히 나의 책임이다. 언젠가는 하나님과 정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보통장군 전인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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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사령관은 군인으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소소한 삶의 지혜도 잊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람도 바보가 되는 것이 세상이다. 각자의 위치를 찾고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 나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겸손하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나의 교만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세상을 보면 답답할 만도 하지만 저마다 인생이 있다. 잘난 사람은 겸손하지 않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 게 세상의 도리다. 내 마지막 목표는 명예롭게 죽는 것이다."

전 전 사령관은 "군복을 입고 군인으로 지낸 시절을 되새겨 보고 후배 군인들과 관심 있는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면서 "인생을 살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에게 정말로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은 "나의 선택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완벽한 것은 더욱 아니다"면서 "반성이 많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키가 작고 운동 신경도 둔한 내가 국군의 중장까지 진급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전 사령관은 "나를 잘 아는 후배들이 '선배 같은 분은 중령에서 끝나는 게 맞는데 중장까지 된 것이 기적'이라고 한 말에 동의한다"면서 "나는 그 '기적'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군인 이야기' '부하에게 사랑받고 동맹국 군인에게 존경받은 장군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kjw86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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