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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내가 세상을 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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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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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보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멀리서 보기다. 가까이서 보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성찰적 거리와 비판적 거리를 둬야 보이기 시작한다.



둘째, 삐딱하게 보기다. 똑바로 보면 그대로 속는다. 한방에 이용당한다. 삐딱한 각도와 시선에서 좀 더 보인다.



셋째, 뒤집어 보기와 거꾸로 보기다. 이렇게 할 때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넷째, 입체적으로 보기다. 고루 보아야 한다. 다양한 입장을 검토해야 하고 정반대의 주장도 새겨들어야 한다. 특히 권력 및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검토하거나 스크린해야 한다.



그러니까 믿음이 없는 편이다. 보이는 대로 믿지 않고,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믿음 없는 나를 이해하 시라. 오해 없으시길, 난 사람을 받아들이고 개인적인 대화에서는 말 그대로를 경청하고 함부로 비판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그냥 긍정하고 공감하려 애쓴다. 하지만 세상은 다르게 본다.



우리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사람 얼굴이나 물체와 색깔은 눈에 보이는 대로 인식된다. 그런데 복잡계로 작동하는 사회 현상이나 정치스토리와 민감 사안이나 국제 관계는 전혀 다른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아니 그게 마땅하다.



난 뉴스를 믿지 않는다. 걸러서 해석한다. 판사의 판결도 믿지 않는다. 정치와 관련된 판결 말이다. 판사는 중립적이지 않고 검사는 악의적이며 증거도 증인도 사건도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세상이 굴러왔다.



모든 텍스트는 재해석되어야 한다. 언어로 된 모든 텍스트는 해부되어야 한다. 언어로 의미 부여하고 표현되는 사건들 역시 재해석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믿지 않는다. 뉴스를, 정책을, 선거 공약을, 검사의 기소를, 판사의 판결문을, 통계를, 전쟁을 둘러싼 정보를, 적대적 정치인들에게 뒤집어씌우는 범죄 혐의를, 여론조사 결과를. 어느 정도 참고는 하지만 곧이 그대로 믿는 순간 마법사들과 곰팡내 나는 가운을 입은 황제와 내시들에게 이용당하고야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음이 없는 난 마음이 아프다.





황산(인문학연구자·씨알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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