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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동성애 금지한 카메룬 대통령… 딸은 인스타에 동성 입맞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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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카메룬 대통령 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성과의 입맞춤 사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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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불법인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현직 대통령의 딸이 소셜미디어에 동성과 입맞춤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모순되게도 카메룬에서 동성애 금지를 고수한 건 대통령이었기에, 딸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3일(현지 시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폴 비야(91) 카메룬 대통령의 딸 브렌다 비야(26)는 성소수자 인권의 달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여성과 입맞춤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어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라는 문장을 덧붙인 뒤 브라질 모델 레이욘스 발렌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태그했다. 사진 속 상대 여성이 발렌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온라인상에선 브렌다가 커밍아웃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고, 브렌다는 “카메룬 대통령의 딸이 커밍아웃했다”는 내용의 외신 기사를 공유하며 이를 사실상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카메룬은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메룬은 성소수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나라 중 하나로, 1972년 동성애금지법을 처음 도입한 뒤 모든 종류의 동성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카메룬에 “차별적인 법안을 폐지하고 모든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존중되도록 긴급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특히 이 같은 정책을 고수한 건 다름 아닌 이번에 커밍아웃한 브렌다의 아버지인 비야 대통령이다. 비야 대통령은 1982년 임기 이래로 동성애금지법을 유지했다. 가장 최근인 작년엔 동성애 장면을 송출한 채널을 2주간 방송 정지하는는 조처를 했다.

일각에선 브렌다가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해 동성과의 입맞춤 사진을 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평소에도 브렌다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하며, 종종 논란이 될 법한 게시물을 올려왔다고 한다.

또 커밍아웃이 카메룬에서 소수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일반인이라면 현지에서 이미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브렌다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카메룬에서 동성애금지법을 위반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벨기에로 망명한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샤키로는 어떤 의도이든지 이번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샤키로는 BBC에 “그의 선언은 LGBTQ+ 커뮤니티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금기가 깊숙이 뿌리박힌 나라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카메룬의 인권변호사인 앨리스 은콤 역시 “용기 있는 행보”라며 “보편적인 사랑과 관련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현재 카메룬의 대부분 매체는 브렌다의 최근 사진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 대통령 역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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