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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중국 전기차는 보조금 덕"이라는 서방…얼마나 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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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싼 것'만이 아닌 중국④

[편집자주] 창이6호로 대표되는 중국의 발전하는 기술 경쟁력이 미국·유럽 등 전통의 주류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고 유럽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 수출을 강하게 압박하는 건 그만큼 중국과 경쟁해야 할 상황임을 느낀다는 의미다. 중국은 제조업 강국을 넘어 '고품질 발전'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을 알아야 앞서거나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현 상황과 대응방안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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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전기차에 대한 100%로 인상 등 고율 괸세를 부과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16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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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결론을 토대로 4일(각 현지시간) 17.4~38.1%의 임시 상계관세 추가 부과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기존 10%에서 최대 48.1%로 높아진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올리겠다고 공표하면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는 등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뜨거운 이슈다.


321조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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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보조금/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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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산업에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을까. 6월20일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이 지난 15년간 중국 정부가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 명목으로 2309억달러(약 321조원)를 지원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취득세 감면금액이 1177억달러(약 164조원)에 달하는 등 중국 전기차 업계가 받은 보조금 중 절반 이상은 취득세 감면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이후 전기차에 대해서는 취득세(세율 10%)를 전액 감면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취득세 감면금액은 2020년 66억달러(약 9조1700억원)에서 2023년 396억달러(약 55조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취득세 감면 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건설 보조 △연구개발(R&D) 지원 △전기차의 정부 조달을 통해 전기차 산업을 지원했다고 케네디 연구원은 밝혔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전기차 번호판 발급을 내연차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등 전기차 우대 정책을 펼쳤으며 이 역시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2022년 458억달러(약 63조660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취득세 감면금액 증가에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453억달러(약 63조원)로 소폭 감소했다.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완전 폐지한 건 중국 전기차 업체가 자생적인 성장이 가능한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취득세 감면 조치는 2023년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업계의 건의로 2027년까지 4년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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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대당 보조금 추이/그래픽=최헌정


2023년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가 950만대로 2018년보다 7배 넘게 늘면서 대당 보조금은 미국달러 기준 2018년 1만3860달러에서 2023년 약 4600달러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미국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최대 세액공제 혜택은 7500달러다.


보조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는 다른 나라 업체에 불공정한 부분도 있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초기 성장기인 2015년 전기차 배터리 화이트리스트(추천 목록)를 만들었다. 목록에 포함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우선 분배한다는 내용으로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 등 외국기업을 배제하고 중국 배터리업체들로만 채웠다. 이를 계기로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며 성장하기 시작해 양사의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합쳐서 53.1%에 달한다.

다만 보조금 하나만으로 특정 산업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7일 미국·유럽이 중국이 기업들에 보조금을 쏟아부음으로써 글로벌 전기차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주장이 무역전쟁 격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통신은 정말 비결이 그렇게 간단했다면 "중국은 항공기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서 선두주자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가 개발 중인 C919를 통해서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에어버스의 과점체제를 깨려 하지만, 양사의 과점 체제는 아직 변화가 없다.

블룸버그는 서구 선진국의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부상이 다른 국가들에는 산업 정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던져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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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7일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모델3' 첫 인도 행사에 참석한 일론 모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중국 직원들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상하이(중국)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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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정부가 일찌감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을 도입해 방향을 제시하고 꾸준히 추진한 것 못지 않게, 2019년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하면서 중국에서 전기차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전기차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된 것도 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중국 전기차 업계는 혁신이 화두가 되면서 수많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디자인, 소프트웨어 및 첨단 기술에서 경쟁업체를 앞서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업체가 도태됐지만 살아남은 업체는 효율성이 높아지고 더 성공에 굶주린 기업이 됐다.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치열한 가격전쟁과 격렬한 경쟁이 핵심이다.

결국 중국 전기차가 성장한 데에는 보조금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용인한 산업정책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테슬라라는 메기를 과감히 들여온 것도 그 중 일부다.


전기차는 보조금, 반도체는 빅펀드의 투자

중국의 산업 지원은 전기차뿐 아니라 미국의 제재가 갈수록 강화되는 반도체 산업에도 집중되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보조금보다는 투자 자금 지원이 주를 이룬다.

지난 5월말 중국은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일명 대기금, '빅펀드') 3기를 공식 출범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지난해부터 중국의 3000억위안(약 57조원) 빅펀드 출범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는데 마침내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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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중국 빅펀드 규모/그래픽=조수아


빅펀드 3기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3440억위안(약 64조5900억원)으로 빅펀드 1·2기를 더한 것보다 큰 규모다. 미국이 2022년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제정과 함께 527억달러(약 73조2500억원)를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가동된 빅펀드는 전기차와는 다른 경로로 지난 10년간 중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했다. 빅펀드가 밀고 있는 SMIC는 글로벌 파운드리 3위에 올랐으며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양쯔메모리(YMTC)는 낸드플래시 자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 D램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도 나섰다.

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며 중국은 7나노((㎚·1나노=10억 분의 1m) 이하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반도체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대중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한 바 있다.

만약 중국이 2014년 빅펀드를 출범시키지 않았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 의해 완전 봉쇄되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는 빅펀드의 반도체 기업 투자가 전기차 산업 보조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에 기여한 것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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