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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백악관 "사퇴 가능성 0%"에도 민주당 의원들 '연판장' 초안 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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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으로 평가된 TV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취를 놓고 백악관은 “사퇴 가능성은 0%”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9%포인트까지 벌어지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사퇴 요구 서한이 회람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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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프롬프터를 활용해 원고를 읽는 방식의 연설을 진행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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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댐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독립기념일(4일) 연휴가 끝나는 이번 주말이 의원들이 집단행동을 결의할 ‘데드라인’이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번째 ‘공개 요구’…“하킴 신호 보내면 따를 것”



민주당 소속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애리조나)은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해야 할 일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그 책임의 일부는 이번 선거를 그만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사퇴 성명을 발표한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에 이은 현역 의원의 두번째 공개 사퇴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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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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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의 초안이 회람되고 있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별도로 의원들의 의겸을 수렴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모든 의원들이 바이든의 거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하킴이 (바이든 사퇴에 대한)신호를 보내면 모두 따라갈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의견 수렴의 데드라인은 사실상 월요일(8일)로 잡혔다. 이를 통해 9일 정례 하원 민주당 의원 회의에서 바이든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지율 격차 ‘마지노선’ 목전



위기론이 고조된 배경은 ‘숫자’로 확인된 여론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는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선대위원장이 작성한 문건을 통해 트럼프와 43%로 동률이던 바이든의 지지율이 토론 이후 42%로 1%포인트밖에 하락하지 않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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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그러나 이날 언론들의 공식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NYT와 시에나대의 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41%를 기록하며 49%인 트럼프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반올림한 소수점 이하 숫자를 감안하면 지지율 격차는 9%포인트에 달한다.

두자릿수 격차는 바이든이 버티기 어려운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토마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는 TV토론 직후 중앙일보에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날 경우 바이든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서도 바이든의 지지율은 42%로, 48%인 트럼프와 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CBS의 조사에선 바이든과 트럼프가 각각 48%와 50%로 상대적으로 적은 격차를 보였지만, 승부를 결정한 경합주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손 놓은 1주일…‘큰손’도 돌아서



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이어 보스턴글로브도 이날 사설을 통해 “바이든은 국가를 위해 출마 포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원자들도 ‘플랜B’를 논의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바이든이 대권 경쟁에서 손을 떼라”고 공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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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TV토론을 마친 뒤 질 바이든 여사의 손을 잡고 토론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토론 이후 강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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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무대응으로 일관한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을 보다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 참패로 당이 패닉에 빠졌음에도 바이든은 주말 내내 별장에서 두문불출하며 내홍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사퇴 불가 선언’은 질 바이든 여사의 패션잡지 인터뷰로 대신했다. 바이든이 직접 나선 건 노스캐롤라이나 유세 외에 22분에 걸친 4차례 공개 행사에서 프롬프터에 표시된 원고를 ‘써 준 대로’ 읽은 게 전부였다.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그는 입을 닫고 등을 돌렸다.

이에 대해 바이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마저 WP에 “지금 필요한 것은 타운홀 형식의 만남”이라며 “궁금증에 대해 프롬프터를 통해 대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후통첩’ 압력에 뒤늦은 수습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1주일이 돼서야 의회 지도자와의 통화를 시작했고, 프롬프터 없이 진행되는 ABC 방송과의 좌담 인터뷰를 잡았다. 이날 오후엔 백악관에서 20여명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1시간여 화상으로 만나 긴급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은 “승리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만남이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이 역시 육성이 아닌 전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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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0년 선거 전복 혐의로 연방 검찰의 면책 요청에 대한 판결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롬프터를 활용한 연설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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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 참석한 팀 월즈 메네소타 주지사는 “누구도 TV토론이 나빴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는 바이든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믿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기 또는 이번 대선의 대체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별도 성명을 내고 “바이든은 우리를 지켰줬고, 이제 우리가 그를 지켜줄 시간”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NYT 보도에 대해 “완전한 거짓”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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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이 열리는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 옆에 마련된 스핀룸에서 중앙일보를 비롯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애틀랜타=김형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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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이 1시간여 진행한 브리핑에선 “바이든이 피곤해진다는 오후 4시 이후엔 무엇을 하느냐”, “왜 건강 건진 결과를 내 놓지 않고 있느냐”, “대통령은 악화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할 의무가 없느냐”는 등의 날 선 질문이 끊임 없이 이어졌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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