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지폐 3종(1만엔·5000엔·1000엔권)의 신권이 발행됐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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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은 내일이나 지점에 나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
3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한 대형 은행. 손님들이 이날 오전 8시 발행이 시작된 새 지폐를 찾자, 직원들은 안내로 분주했다. 신권을 구하러 일부러 은행을 찾았던 손님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각각 40년(1만엔권)과 20년(5000엔권, 1000엔권)만에 새 지폐 3종이 발행되면서 일본은 들뜬 분위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은행에서 열린 발행 기념식에 참석해 “새 지폐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일본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1조6000억엔(약 13조7600억원) 규모의 신권을 발행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도 행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새로운 일본 은행권이 국민 여러분 손에 널리 퍼져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윤활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 지폐를 장식한 인물도 화제에 올랐다. 1만엔권엔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 栄一, 1840~1931)가 새겨졌다. 5000엔권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 쓰다 우메코(津田 梅子), 1000엔권엔 파상풍 치료법을 개발한 세균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 柴三?)가 실렸다.
특히 1984년 이후 40년 만에 1만엔권의 주인공이 된 시부사와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재무성의 전신인 대장성 관료였던 그는 현재 일본 화폐단위인 ‘엔’ 제도를 만들었다. 1973년 일본 첫 민간은행인 제일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을 세웠고, 5년 뒤엔 도쿄상공회의소의 전신인 도쿄상법회의소 초대 회장도 지냈다. 시부사와의 영향으로 일본에 세워진 기업 수만 500여 곳이 넘는다.
그의 얼굴이 담긴 신권 발행에 맞춰 도쿄 대형서점엔 1916년 내놓은 『논어와 주판』이 새롭게 출간돼 전시됐다. NHK는 시부사와의 얼굴이 새겨진 신권을 받기 위해 그와의 인연이 있는 미즈호은행에 손님들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부사와는 한국에서 ‘경제 침탈의 주역’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구한말 한국전력의 전신인 경성전기 사장을 맡았고, 1902년 대한제국의 승인과 무관하게 발행된 1원과 5원, 10원에 모습이 실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추산을 빌어, 이번 신권 발행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1조6300억엔(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TM기·자동판매기 등의 교체 등에 힘입어 일본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숨어있던 ‘장롱 예금’의 출현에 따른 경제 효과도 언급된다. 오랜 경제침체와 저금리로, 사용되지 않고 쌓여있던 약 60조엔(약 515조원)의 장롱 예금이 이번 신권 발행과 금리 인상으로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며, 일본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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