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이 2일(현지시각) 전몰 경찰 추도식에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또 다시 이웃나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에 대한 막말을 늘어놓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올린 ‘완벽히 멍청한 공룡’이란 제목의 글에서 룰라 대통령을 겨냥해 “부패한 공산주의자”이고 지난해 아르헨티나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고 비난한 과거 발언을 다시 한 번 꺼내 들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 글에서 그가 공룡이라고 지칭한 이가 누구인지 특정하진 않았지만, 맥락상 룰라 대통령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주 볼리비아에서 발생한 쿠데타가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의 자작극이라는 자신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볼리비아에서 발생한 사기극은 이미 알려져 있으며, 완벽한 바보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를 비판한다”며 룰라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또 룰라 대통령이 지난해 아르헨티나 대선에 자신의 경쟁자를 돕기 위해 참모를 파견한 것을 두고는 “강력한 선거 개입”이라며 “만약 우리가 이 크고 멍청한 공룡이 말한 대로 했다면 졌을 것”이라고 적었다.
브라질 대통령실 및 정부는 이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구에 곧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서 지난주 룰라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과 브라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막말은 밀레이 대통령이 6∼7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 보수진영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을 앞두고 이뤄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 이뤄질 이번 브라질 방문에서 룰라 대통령과 면담할 계획이 없다. 그렇지만 룰라 대통령의 정적인 극우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만날 예정이다.
룰라 대통령은 8일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여기에 밀레이 대통령 대신 디아나 몬디노 경제장관을 보낼 예정이어서, 두 정상의 만남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 마누엘 아도르니는 두 정상의 엄청난 이념적 격차가 만남이 이뤄지지 못하는 배경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극우 정치인 밀레이 대통령과 남미 진보 진영의 대부 룰라 대통령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룰라 대통령에 대해 “부패한 공산주의자”라고 헐뜯으며 적의를 드러냈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그럼에도 두 정상은 지난해 12월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화가 단절된 상태가. 두 정상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나란히 초청받았지만, 따로 만나진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뿐 아니라 스페인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 다른 이웃 나라의 진보 성향 정상들을 향해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추천 [확인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