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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美 쾌속 행진' 현대·기아 전기차, '트럼프 벽'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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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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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흥행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3.4%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꽤나 큰 변수가 생겼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다.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 때문이다.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더 선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현재의 흥행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은 2일(현지시간) 각각 상반기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총 78만5984대의 차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0.37%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39만9523대, 기아는 38만6461대의 차를 각각 팔았다. 현대차는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25% 늘어났고 기아는 0.02% 감소했다.

판매량 집계의 대상을 전 차종으로 넓히면 지난해와 크게 변동이 없어 보이지만 전기차로 표본의 범위를 줄이면 눈에 띄는 기록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해와 올해의 전기차 판매 성적을 비교하면 올해에 2배 가까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4만6252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214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판매량이 무려 83.44% 늘어난 것이다.

전 차종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2%에 그쳤으나 올해는 1년 전보다 2.68%포인트 늘어난 5.88%를 기록했다.

미국 내 전 차종 판매량이 1년 전보다 다소 줄었음에도 전기차만 유독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소비자들이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를 그만큼 주목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의 존재감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오토모티브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 내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는 테슬라에 이어 그룹사별 집계 기준 2위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독점해오던 테슬라가 시장 장악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반대로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상당한 호재로 해석될 만하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총 4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기아는 EV6 시리즈와 EV9을 판매 중이다. 이들 차종은 전부 국내 공장(현대차 울산1공장·기아 오토랜드 화성 3라인)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는 이들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022년 착공했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때문이다. 이 공장은 2년에 걸친 공사 끝에 올해 말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던 공급이 현지 생산으로 전환되면 현재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 공급이 가능해진다. 공급이 원활해지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매우 손쉽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 공장이 가동되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제공되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만큼 판매량 증가에 날개를 달 수 있다.

다만 미국 대선 국면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만만찮은 변수로 꼽힌다.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진행된 다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현지시간) 진행된 CNN 주최 TV 토론회 이후 트럼프의 우세론은 사실상 대세론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지금이라도 후보를 미셸 오바마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바이든 필패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세론'이 현실화 될 경우 현대차그룹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친환경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화석연료와 자동차 연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곧 '전기차 수난 시대' 진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야심차게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새로 여는 마당에서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기조 변동의 영향으로 전기차 영업 전략에 타격을 받는다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매우 난감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외 정세 변동 관련 대응책을 여러 시나리오로 나눠서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관계와 다각적으로 소통해 정권 교체 관련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측 움직임이다. 지난해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탄소중립 정책이 세계적인 환경 정책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고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전기차가 어느덧 대체 차종으로 발돋움한 만큼 트럼프의 강경책이 계획만큼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고려한다면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게 될 현대차그룹이 매우 반가울 것"이라며 "단기적 영향은 우려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판매 전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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