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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100만원에 신생아 넘긴 40대母, ‘아동매매’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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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입양 절차 적법하진 않지만, 보수나 대가로 매매했다고 보긴 어렵다”

자신이 낳은 딸을 다른 부부에게 넘겨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계일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른 부부에게 넘기고 대가를 받은 40대 여성이 아동매매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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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형사 1단독 김태업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 매매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 부부 등 3명에게 지난 2일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와 B 씨 부부는 지난 2016년 11월 7일 오후 1시 17분쯤 전북 소재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아이를 거래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퇴원한 뒤 B 씨 부부로부터 100만원을 송금받고 아이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부부는 이에 앞서 A 씨가 같은 해 10월 인터넷상에 작성한 신생아 입양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고 연락하면서 서로를 알게 됐다.

A 씨는 사실혼 관계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10세 전후의 아이 3명을 키우던 중 다른 남자와의 만남으로 임신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신생아 입양 관련 글을 작성했다.

A 씨가 해당 글을 작성했을 땐 출산을 1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중절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B 씨 부부는 A 씨 사정을 들은 뒤 가짜 증인을 내세워 허위 출생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A 씨가 낳은 아이를 건네받기로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B 씨 부부는 A 씨에게 100만 원을 건넸으나, 재판부는 아동 매매를 위한 대가성이 담긴 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요구한 돈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 씨 부부가 A 씨에게 "몸조리 잘하라"는 등의 메시지와 함께 송금한 사실을 근거로 '도의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 씨 부부가 아이를 건네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갔을 때 A 씨가 그의 어머니와 싸우고 있던 점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B 씨 부부는 당시 A 씨 어머니가 "어디는 500만~1000만원도 준다더라"는 등의 말을 하자 신생아 입양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는 어머니와 달리 반복적으로 B 씨 부부에게 "아이를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현재 A 씨의 아이는 B 씨 부부의 돌봄으로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니는 등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B 씨 부부는 이 아이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허위의 증인을 내세운 혐의(공전자기록 등 부실 기재 등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 씨의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진술과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아이를 건네는 과정에서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입양 절차가 적법하진 않지만, 보수나 대가로 매매한 건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B 씨 부부가 허위 증인을 내세워 출생신고서를 제출한 점 등은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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