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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국민은 치료받을 권리 있어”… 거리로 나간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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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개 환자단체 종로서 집회

“의료공백 초래, 의정 모두 책임”

집단휴진 철회·재발방지법 요구

아산병원 진료 축소 혼란 없어

내주 고대병원 등 2곳도 가세

“2월20일 전공의 파업으로 딸이 치료를 못 받아 이별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은이는 제 인생 전부입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가 4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사태를 개탄했다. 집회에 참석한 환자와 보호자 300여명은 집단휴진 철회와 의료공백 재발방지법 입법을 촉구했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 수백명이 이 같은 대규모 집회를 연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일보

애끓는 호소 4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선천성 희귀질환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박하은(23)씨와 어머니 김정애(68)씨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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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신각 앞에서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발언대에 오른 김정애(68)씨는 “아프게 태어난 하은이는 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살았다”며 “하은이는 앞으로도 의사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씨의 딸 박하은(23)씨는 발달장애와 사지기형 등을 동반한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최근 김씨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선언하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간절한 마음에 삭발까지 했다. 김씨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끝까지 대화하겠다”는 약속도 받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김씨는 “의료공백을 초래한 원인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에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우린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다. 아플 때 치료받고 싶을 뿐”이라면서 “환자가 죽고 없으면 의사가 필요 없고, 국민이 죽고 없으면 국가 역시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도 의·정 모두 현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본인이 피해자라고 한다. 전공의도 의대생도 피해자가 맞지만, 그 피해는 전문의 자격을 따는 기간, 의사 면허증을 따는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지는 피해”라면서 “환자의 피해는 장기간의 의료공백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피해고, 질병이 악화할 수 있는 피해이며,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피해, 불안으로 투병 의지를 잃어 치료를 포기하는 피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피해의 명백한 가해자는 전공의, 환자 곁을 떠난 의대 교수, 의협이고, 이러한 가해자를 만들어낸 정부”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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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집회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이례적이다. 안 회장은 “환자단체에서 활동한 2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집회에 50명 이상이 모인 건 처음”이라며 “얼마나 의료공백이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라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돼서는 안 되며,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진료 축소 및 재조정을 시작한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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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서울아산병원이 진료 축소에 들어갔지만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 대비 진료 감소율이 크지 않다”며 “현재까지는 진료 재조정으로 인해 중증 질환 환자 진료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노조는 300여명의 교수 중 이날 실제 휴진한 교수는 10명 미만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고려대병원이 12일부터, 충북대병원은 26일부터 진료 재조정이나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조희연·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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