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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우 의장 “채상병 특검법 상정” 與 “필리버스터 맞대응” [여야 본회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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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첫날 파행 얼룩

野 “19일 채상병 1주기 전 처리” 강행

與 “대정부질문 때 상정은 전례없어”

중진들 “편파 운영” 의장실 항의 방문

野 의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 본회의’

신원식, 채상병 사건 실체 ‘항명’ 규정

김병주 “정신나간 국힘” 발언에 정회

추경호 “사과받아야 3일 본회의 참석”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2일, 정치권은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놓고 하루 종일 첨예하게 대립했다. 야권의 특검법 상정·처리 시도에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날 본회의도 ‘반쪽’으로 시작됐다.

세계일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며 "일본은 국토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발언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본회의가 정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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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은 국회의장실에서부터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안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본회의 개의 전 우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법안 처리를 위해 안건을 상정한 전례가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검법은 채 상병 1주기가 19일이라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어서 상정을 요청했고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여당은 우 의장이 편파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 등 중진들은 의장실로 항의하러 갔고, 나머지 의원들은 복도에서 정성국 의원 선창에 따라 “의회주의 무시하는 편파운영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권 의원은 항의 방문 뒤 “제가 5선을 하는 동안 대정부질문이 잡힌 날 단 한 번도 의장이 제1당 요구에 따라 긴급 안건을 상정해 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우 의장은 오로지 자신이 의장 경선할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민주당 적극 지지자들인 개딸의 비판을 두려워한 나머지 첫날부터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 시작이 1시간30분 이상 지연됐다. 우 의장은 야당 의원들만 착석해 있는 본회의장에 뒤늦게 들어와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한다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의석 중간에서 “의장님 노고가 많습니다”는 말과 함께 웃음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란은 우 의장이 “박수 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본회의는 야당만 출석한 상태로 개의해 검사 4명 탄핵소추안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동의의 건 등이 의결됐다. 이후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는 여당이 합류해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직권남용 아닌가’라고 묻자 “그건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사건 실체를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세계일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주호영 부의장에게 정회를 요청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며 "일본은 국토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발언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 주 부의장이 김 의원에게 사과를 권유했지만 거부하며 본회의가 정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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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금 제출돼 있는 특검법안은 위헌성이 많아 이대로 의결된다면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선 특검법이 진상규명보다는 다른 정치적 의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4성 장군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연합훈련 등에 대해 질의하던 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의사봉을 쥐고 있던 주호영 부의장이 “과한 말씀인 것 같다”며 사과를 거듭 촉구했지만 김 의원이 “다른 건 몰라도 ‘일본과 동맹’에 관해선 사과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결국 정회가 선포됐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사과 없인 3일 본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단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 원내대표는 “정청래(법사위원장) 막말 퍼레이드가 본회의장까지 이어졌다”며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정상적으로 본회의에 임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 윤리특위 제소는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상정이 강행되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명단을 짜둔 국민의힘은 본회의 대정부질문(2∼4일) 기간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방송 3+1법 등 단독 처리에 대비해 전원 경내에서 비상 대기하고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키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는 180명(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으면 24시간 뒤 강제 종료할 수 있다.

유태영·유지혜·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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